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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12·16 대책에···"일단 지켜보자" 숨죽인 부동산 시장

입력 2019.12.20. 06:00 댓글 0개
매수·매도 모두 관망 분위기…거래 급감할 듯
강북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수요 이전' 전망도
[서울=뉴시스] 서울 송파구 아파트. 2019.12.19. photo@newsis.com (사진 뉴시스 DB)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강력한 규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12·16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지며 눈치 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2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어 당분간 거래 공백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서대문구의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대책 발표 이후 분위기가 조용하다. 문의도 별로 없다"라며 "현재로써는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고 시간이 조금 지나야 방향성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초강력 대책이 나온 뒤에는 한동안 거래량이 급감했던 것처럼 당분간 거래가 없는 상태로 눈치만 보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공인중개업소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초강력 대책 이후 호가가 빠르게 떨어지고 있고, 특히 대출 비율이 높은 마포구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마포구의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정부 대책 발표 후 특별히 매도하겠다는 물량이 나온 것은 없고 호가도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관망하겠다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인 강남4구에선 이번 12·16 대책 이후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강남권 공인중개소 마다 시장 동향을 파악하려는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서초구의 C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혼란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집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를 묻는 문의는 많다"며 "12·16 대책이 나온 지 며칠 지나지 않은데다가 겨울철은 원래 거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시장 방향이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눈치 보기에 들어간 것 같다"며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리 공격적인 투자자라도 매수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LTV)을 원천 금지하고 9억원 초과 아파트도 대출가능 금액을 기존의 40%에서 20%로 줄이는 등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내년도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공시가격은 종부세, 재산세 부과의 기준이 되는 만큼 공시가격이 인상되면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보유세가 크게 오르게 된다.

정부는 또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면서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중과하지 않기로 했다. 퇴로를 열어줌으로써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 내년 6월까지는 시장에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단기간에 급등했던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C연구소 양지영 소장은 "비록 10년 이상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다주택자들의 퇴로가 짧게라도 열렸다고 볼 수 있다"며 "보유세 부담과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등으로 인해 매물이 출현하고 이에 따라 가격 안정화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를 피한 9억원 이하 아파트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대책이 9억원 이상 주택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9억원 이하 아파트들로 수요가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가 9억 초과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규제를 피한 9억원 이하 아파트들로 수요가 이전되면서 가격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단지들이 많은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등에서는 12·16 대책 이후 호가가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지난 19일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 대비 0.2% 올라 2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사 기간이 지난 9~16일이기 때문에 12·16대책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오는 26일 발표 때는 12·16 대책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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