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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저물가, 수요 부진이 한몫"···목표치 미달 장기화

입력 2019.12.18. 08:30 댓글 0개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요 측 물가압력 약화"
내년 1.0%, 이듬해 1.3%로 점차 높아진다지만
소비자물가, 물가안정목표 9년 연속 밑돌듯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이 최근 0%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는 원인으로 소비·투자 부진 등과 같은 성장세 둔화에 따른 수요 충격을 지목했다. 그간 농산물값 하락 등 공급 측 요인와 정부 정책 영향 등을 주로 강조했으나 수요 측 압력도 한 요인으로 내세운 것이다.

내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0%, 이듬해 1.3%로 점차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물가안정목표 수준(2.0%)에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물가상승률이 전망대로 이어진다면 2013년부터 올해를 비롯해 내년과 2021년까지 9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게 되는 셈이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 따르면 올해 1~11월중 소비자물가는 전년동기대비 0.4% 올라 목표치를 크게 하회했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도 0.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역대 물가상승률이 1%대를 넘지 못한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덮쳤던 지난 2015년(0.7%)과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0.8%) 뿐이었다.

◇한은이 본 저물가 원인은?

한은은 저물가의 원인을 성장세 둔화, 석유류 가격 하락, 농축수산물 가격 급락, 교육·의료 등 정부 복지정책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봤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 국내 경제성장세가 둔화하면서 GDP갭률이 마이너스를 지속하는 등 물가압력이 약화됐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세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수요 측 물가 하방압력을 드러내놓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기존에는 주로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하방압력과 정부 정책 요인에 무게를 둬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전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 성장세가 생각보다 약해졌기 때문에 그에 따른 수요 압력 약화를 걱정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물가 요인을 설명할 때 수요 요인을 먼저 앞세운 이유도 그런 우려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 무상교육 시행과 무상급식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교육·의료 관련 정부의 복지정책이 강화된 것도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 배경' 분석을 보면 2017년 이후 우리나라의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 역시 정부 정책에 따른 공공서비스 물가와 집세 상승률 하락 등 국내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는 지난달 전년대비 0.6% 오르는데 그쳐 지난 9월(0.6%)과 마찬가지로 1999년12월(0.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기저효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락한 점과 비용 측면에서 임금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둔화한 점 등도 물가를 끌어내린 요인으로 꼽혔다.

경제구조 변화도 저물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품가격 조정행태 및 인플레이션과의 관계 분석'을 보면 기업의 가격 조정빈도는 2015년 이후 점차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가격 조정빈도는 해당 월에 가격이 변동한 상품의 비중을 나타낸다. 반면 가격 변동상품의 직전 가격대비 평균 가격 조정폭(인상률 및 인하율)은 확대되는 모습이었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을 수록 이런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비용 부담이 증가해도 곧바로 가격을 올리지 않고 한 번에 큰 폭 조정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경기상황 변화가 물가에 반영되는 정도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내년 물가상승률 1.0%로 반등…디플레 우려에는 선긋기

한은은 내년에는 소비자물가상릉률이 1.0%로 2021년에는 1.3%로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올해와 내년까지는 0.7%에 그치겠지만 2021년 1.1%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내외 경기가 개선되고 정부정책 영향 등이 축소될 것이라는 진단에서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률도 올해보다 높아지고, 석유류 가격도 상승 전환될 것으로 분석됐다.

기조적 물가흐름 자체도 1%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정부 정책 영향을 제외하는 관리물가 제외 근원물가와 경기민감물가 상승률은 1%대 중후반에서 소폭 떨어지긴 했지만 1%대 초중반 수준을 지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수준(2.0%) 도달까지는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2013년부터 1%대에 머물르기 시작하면서 목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장기간 목표치를 하회하면서 저물가 고착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저인플레이션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속 물가가 지속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한은은 "당분간 성장세 회복 모멘텀이 강하지 않고 정부의 복지정책 기조도 이어질 것"이라며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에 수렴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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