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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화학적 결합

입력 2019.12.17. 18:08 수정 2019.12.17. 18:08 댓글 0개
양기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몇 년 전 일이다. 국내 대표적인 주류업체 2곳이 통합됐다. 주인이 같은 회사로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2개의 회사를 합쳤다. 하나가 된 주류업체는 당초 기대와 달리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표 브랜드가 경쟁 업체 브랜드에 밀리면서 업계 1위를 내주고 말았다.

80년 된 회사와 20년 된 회사의 물리적 결합은 상승효과 대신 잡음이 흘러나왔다.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은 완전체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내에서는 끼리끼리 모여 속닥거렸다. 회식자리도 1차 때는 한 자리에 모였지만 2차는 출신을 따져 이동했다.

같은 사례가 있다. 광주·전남 체육회 얘기다. 3년 전 선진국형 스포츠 문화 형성을 목적으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통합했다.

인위적인 결합을 통해 체육회 사무처 조직이 하나로 뭉쳐졌지만 아직도 따로국밥인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태권도다. 전남태권도협회는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통합하지 못하고 따로 살림을 차리고 있다.

엘리트와 생활체육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서 체육회에 유보단체로 분류되어 있다. 회비가 많아서라는 이유가 제기되고 있으나 기형적인 운영이 지속되면서 전남 태권도 경기력 향상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 15일 초대 민선 전남체육회장이 당선됐다. 전남체육회장 당선인은 예산 확충과 엘리트 체육 강화, 생활체육 활성화로 전남체육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거대한 목표나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를 그려내는 담론도 중요하다. 전남체육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데 핵심은 사람이고 조직이다. 하나된 체육회 사무처 모습은 22개 시·군 체육회의 본보기 일 뿐 아니라 전남체육의 중심이다. 엘리트와 생체가 물리적 결합에 머무르고 있는 한 전남체육의 르네상스 시대는 요원하다.

올해 전남체육회는 제100회 서울 전국체전에서 작년 종합 10위에서 13위로 밀려났다. 예산 확충과 실업팀 창단, 경기력 향상 등을 통한 부흥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런 면에서 전남체육회장 당선인의 가장 첫 번 째 과제는 엘리트와 생체의 화학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무처가 완전체로 이뤄져야 전남체육의 경기력 향상과 체전 성적 순위 상승을 노려 볼 만 하다.

양기생 문화체육부 부장 gingullove@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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