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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물건을 통해 나눈 마음···'선물의 문화사'

입력 2019.12.16. 16:46 댓글 0개
[서울=뉴시스]선물의 문화사. (사진 = 느낌이 있는 책 제공) 2019.12.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연말과 연시,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평소보다 자주 듣는 고민 중 하나는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이다.

고민을 털어놓는 당사자와 선물을 받게 될 대상이 어떤 관계이냐에 따라 추천 품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어떤 때에는 소위 '대박' 효과를 불러오기도 하고, 안 하니만 못했던 결과와 마주할 때도 있다.

선물을 전할 상대에게 무엇을 축하해주고 싶은지, 선물의 종류에는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지 등을 심사숙고했던 때와 시간에 급급해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 선물을 골랐을 때와는 사뭇 차이가 있었다. 그만큼 선물에는 정성이 담긴 셈이다.

선물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있어왔다. 지금과는 의미 자체가 다를 순 있겠다. 현대에는 당대보다 풍족해진 여건으로, 선물을 할 기회도 여유도 많아졌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선물은 지금보다 더 큰 의미로써 존재했다고 한다. 선물이 일종의, 일상을 유지하게 하는 하나의 경제방식이었다는 것이다. 품목도 ▲쌀 ▲조 ▲수수 등 곡식부터 ▲생선 ▲조개 ▲새우젓 등 음식류, ▲옷감 ▲의복 ▲바느질 도구 등 의복류 ▲서책 ▲시문 ▲붓 ▲종이 ▲벼루 등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품목들이 선물로 오갔다.

오늘날 달력은 시간의 지남과 일정 확인 등을 위해 쓰인다지만 옛사람들에게 달력은 그 이상의 의미였다. 당시엔 달력도 책력(冊曆)이라고 불렀다. 정월부터 12월까지 큰 달과 작은 달의 표시, 윤달, 분지 등 절기 및 그것의 정확한 시간이 자세히 기록돼있었다고 한다. 또 날짜별로 해도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까지 적혀있었다고 한다.

음력 5월5일 단오 무렵에는 부채 선물이 인기였다. 여름으로 첫발을 디딘 사람들끼리 더위를 무사히 견뎌내자는 차원에서 주고 받았다. 임금이 신하에게 주기도 하고 신하가 임금에게 진상하기도 했다.

종이도 선물로 많이 쓰였던 품목 중 하나다. 종이 수요가 늘면서 생산량도 많아졌지만 가격이 저렴해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벼슬에 오르기 전까지는 선대의 재산으로 공부를 해왔던 선비들은 종이를 어떻게 감당했을까. 당시엔 종이책 1권이 쌀 2말에서 7말 사이의 값어치를 했다고 한다. 요즘으로 따지면 비교적 저품질의 종이는 쌀 2말, 16㎏ 정도였던 것이고 고급지 1권은 쌀 56㎏의 가격이었던 셈이다.

오죽하면 과거 시구 중에 '종이 선물이 선비의 얼굴에 생기를 돌게 만든다'는 표현도 있을까.

임금이 신하들에게 선사했던 앵무배(자개로 앵무새의 부리 모양으로 만든 술잔)에는 마음껏 마시고 취하며 평소 받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라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일종의 일탈을 위한 선물이었던 셈이다.

당시에도 신발 선물이 있었는데 현대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요즘 신발을 선물한다면 연인 사이에선 상대방이 바람나 도망간다고들 하는데 조선시대 짚신 선물은 그 의미가 달랐다. 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아가라는 의미와 소식이 궁금한 날 내가 보내준 짚신을 신고 나를 찾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요샌 흔하디 흔한 안경은 당대엔 어둑한 세상을 밝혀주는 마법의 물건으로 통했다. 요즘처럼 수술도 없던 시기 안경은 잘 안보이게 된 병든 눈을 환하게 해주는 신기한 물건이었을 것이다. 어른 앞에서는 벗는 것이 예의였다고도 한다.

김풍기의 '선물의 문화사'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선물 19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를 통해 그 시대 문화와 상황, 주고받은 사람 사이의 일들을 소개함은 물론 그 물건을 통해 사람들이 나눈 마음들을 엿볼 수 있다. 296쪽, 느낌이 있는 책, 1만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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