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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터넷전문은행' 나왔지만···남은 과제는

입력 2019.12.16. 13:23 댓글 0개
예상대로 토스뱅크 독주…"정책 취지 빛바래" 비판도
금융위 "추가 사업자 선정, 금융권 수요 있다면 검토"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융위는 심사를 통해 토스뱅크 1개사에 대해 은행업(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했다. 2019.12.1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위원회가 '제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한국토스은행(토스뱅크)을 선정, 예상대로 토스뱅크의 독주로 예비인가전(戰)이 막을 내렸다.

금융위는 16일 임시회의를 열고 토스뱅크에 대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대주주의 혁신역량과 금융혁신에 기여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사업계획의 혁신성·포용성·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준비상태가 비교적 충실해 인터넷전문은행에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적격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예비인가 심사는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우여곡절 끝에 금융당국이 새로운 사업자를 탄생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당초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최대 2곳 이하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유통과 같은 네트워크 산업이 인터넷 전문은행에 관심을 보이지 않은 가운데, 금융사들이 대거 컨소시엄에 참여한 토스뱅크만 선정돼 "결국 은행들에 또 다른 은행을 안겨준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인터넷은행의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신한금융도 끝내 혁신기업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더 많은 인가가 나오는 방향으로 추진해 나름대로 아쉬움은 있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보다 기본적으로 안정성과 혁신성을 갖추고 은행업에 진출해 경쟁과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가자가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토스뱅크는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 사회초년생 월급 가불대출, 신용카드 소지하지 않은 고객 할부성격 토스대출, 자동저축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 있다"며 "기존 은행권에서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여러가지 보완적이고 경쟁적인 상품을 개발해 영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어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겠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에 거는 기대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은 먼저 출발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1, 2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 출범한지 2년을 훌쩍 넘었음에도, 시장에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있기 떄문이다.

물론 일부 성과도 있었다. 지난 2017년 4월과 7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 9월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자산규모는 12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배 늘어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 자 수 40만명, 예·적금액 6100억원, 대출금액 650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치를 일찌감치 돌파했으며, '카카오톡'의 인기를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도 같은 기간 가입자 수 430만명,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은행간 금리 경쟁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출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출범 이후 은행권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2017년 7월 4.56%였던 평균금리는 2개월 만에 0.17%포인트 하락한 4.39%로 낮아졌다.

하지만 '메기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출범 초기 20%를 웃돌았던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 증가율(전월 대비)은 1년 여만인 지난해 6월말 한 자릿수인 2.6%로 떨어졌고, 케이뱅크의 전 분기 대비 고객 수 증가율은 1년 여만에 34.2%에서 7%로 추락했다. 고객 수 증가율이 꺾이자 자연스럽게 여신액과 수신액 증가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리인하 효과도 오래가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리를 조금씩 올리더니 지금은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93%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2.95%)과 큰 차이가 없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은행을 도입한 취지에 맞지 않는 규제환경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엄격한 대주주 자격요건과 개인정보보호 법이 혁신 서비스 개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대출업무 외 다양한 금융서비스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요건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핵심이나, 국회 통과가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는 추가 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1월 KT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을 감안해 5919억원의 유상증자를 의결했지만 KT의 공정위 조사로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카카오뱅크도 앞서 김범수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문제가 되면서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법제처가 김 의장을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포함할 수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최대 걸림돌이 해소된 상태다.

또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제한된 빅데이터 활용, 수수료 규제 등에 부딪혀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키는커녕 기존 가계대출에 집중하는 시중은행들의 영업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케이뱅크 자본확충은 현행 전문인터넷은행법에 따라서도 증자할 수 있는 대안이 있고 개정안이 통과되면 또 다른 증자 방안이 될 것"이라며 "케이뱅크는 개정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주주들과 경영 정상화를 논의 중이어 빠른 시일 내 자본확충 추진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와 관련 "카카오뱅크가 최근 안정이 되면서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려가는 것으로 알고 있고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이 되면 중금리대출에 상당히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사업계획을 가졌다"며 "토스뱅크도 중신용자에 대해 상당한 비중을 두고 하겠다고 했으니 중금리 대출도 초기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추가 사업자 선정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윤 국장은 "이번에 토스를 포함해 두 곳까지 추가 인가를 할 여력이 있다고 했는데, 추가(사업자 선정 진행 여부)는 향후 은행업의 수요가 있으면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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