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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쓸통]한 자리에서 맥주 7잔 마시면 '폭음'

입력 2019.12.15. 06:00 댓글 0개
韓 남성 절반이 폭음…일·육아 스트레스 술로 달래는 '김지영'들↑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연말연시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술자리. 알코올에 절인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힘겹게 출퇴근을 반복하던 어느 날이었다. '폭음'의 기준이 과연 있는 걸까? 주량은 사람마다 다르다지만, 궁금했다. 매년 5000명에 가까운 인구가 술 때문에 사망한다는데 최소한 이 기준은 알고 있어야 경각심이 생길 것 같았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함께 조사·발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최근 1년 동안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7잔 이상의 술을 마시면 폭음한 것으로 본다. 맥주(220~230㎖ 유리잔 기준)든, 소주든, 폭탄주(일명 '소맥')든 7잔이 기준이며 여자는 5잔으로 내려간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에 해가 되는 음주로 규정한 알코올 함량에 따른 것이다. WHO는 남자의 경우 60g 이상, 여자는 40g 이상의 알코올을 하루에 섭취하면 과음한 것으로 판단한다.

연말연시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한국인들은 위험한 수준으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2018년 기준 남자의 70.5%, 여자의 51.2%가 조사 시점으로부터 최근 1개월간 1회 이상 음주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들 중 폭음한 비율은 남자 50.8%, 여자 26.9%로 나타났다. 이는 곧 전체 한국인 남성의 절반 이상, 그리고 음주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이 폭음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여자의 경우 좀 더 주목할 부분은 이 '월간 폭음률'이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2018년 남성의 월간 폭음률이 56.7%에서 50.8%까지 하락한 반면 여자는 22.3%에서 26.9%까지 올랐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를 두고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82년생 김지영'들의 고난에 대한 반응 양식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여성의 주간 알코올 섭취량을 연령대별로 나눠 보면 30~39세에서 평균(107.1g)을 뛰어넘는 음주량이 확인됐다.

남자의 주간 평균 음주량은 231.0g이다. 보건 당국에선 1회 평균 음주량이 폭음의 기준인 7잔 이상(여자는 5잔 이상)이며 동시에 주 2회 음주하는 경우를 '고위험 음주군'으로 분류한다. 알코올 섭취량으로 하면 남자는 100g, 여자는 70g이 기준이다.

한국인 남녀의 평균적인 음주량은 이미 고위험 음주군을 넘어섰다. 19세 이상 남성 중 고위험 음주군에 속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20.8%다. 한국인 남성 5명 중 1명이 고위험 음주군에 속한다는 얘기다. 19~29세, 30~39세, 40~49세, 50~59세 등 연령대별로 나눠 봐도 주간 알코올 섭취 총량은 모두 200g 이상으로 고위험 음주군에 속했다. 소주 1병당 알코올 함량은 약 49g으로, 일주일에 200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건 매주 4~5병을 마신다는 말과 같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지난 8월 중순 서울 종로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 2019.08.14. dadazon@newsis.com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을 연간으로 보면 8.7ℓ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9ℓ)보다 오히려 낮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음주를 하지 않는 일부 국민들에 의해 희석된 수치로, 과음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교수는 연간 섭취량보다는 '고위험 음주율' 수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인의 경우 한 번의 술자리에서 먹는 음주량과 음주 횟수가 모두 과다하다"고 분석했다.

알코올성 간 질환이나 위염 등 알코올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지난해 총 491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3.5명이 술로 인한 질병에 걸려 사망했다. 인구 10만 명 당 알코올로 사망한 사람의 수를 뜻하는 사망률은 9.6명으로, 2014년 8.8명, 2015년 9.3명, 2016년 9.3명, 2017년 9.4명에서 꾸준히 올랐다. 알코올 관련 사망률은 남자(16.5명)가 여자(2.6명)보다 6.3배 높았다.

술과 함께 하는 회식 문화가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지만, 한국인들은 어김없이 좋은 날엔 축배를, 슬픈 날엔 위로주를, 식사할 땐 반주를 든다. 조 교수는 "1회 음주량을 줄이기가 더 어려운 것 같기 때문에 '음주 횟수 줄이기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면 어떨까 한다"며 "보통 고위험 음주자들은 주 3회 이상 음주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를 1회로 줄이고 '비음주 모임' 등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란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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