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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미세먼지 심한날 10분 환기···"어, 괜히했나"

입력 2019.12.14. 09:01 댓글 0개
환경회의, '심한날도 하루 10분씩 3번 해야'
서울 중구 뉴시스 사무실서 직접 전후 비교
미세 74→232㎍/㎥…초미세 53→136㎍/㎥
환기후 원래로 돌아가는 데 1시간여 걸려
'최적 환기 시간'에 대한 국가적 기준 없어
질병본부 "하루 3번 환기 입장낸 적 없다"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지난 11일 서울 중구 뉴시스 본사 건물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 환기 10분만에 미세먼지(PM10) 농도가 창문을 열기 전 74㎍/㎥에서 232㎍/㎥로 약 세배 증가했다. 초미세먼지(PM2.5)는 53㎍/㎥에서 136㎍/㎥으로 올라갔다. 2019.12.13. afero@newsis.com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이기상 수습기자 = 미세먼지가 심한 날, 하루 종일 창문을 닫고 있으려니 공기가 답답하다. '미세먼지가 심해도 하루 3번은 10분 정도씩 환기를 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무턱대고 바깥 바람을 들이기에도 호흡기 건강이 우려될 수 밖에 없다. 정말 그 정도는 환기를 해도 괜찮을까.

텁텁한 대기질을 기록했던 지난 11일 오전, 뉴시스는 미세먼지 농도 측정기로 직접 환기상황을 실험해 봤다. 실험은 15명 정도가 회의를 할 수 있는 서울 중구 뉴시스 편집국 회의실에서 이뤄졌고 미세먼지 농도 측정기는 3M(JSMY-1000) 제품이 사용됐다. 회의실 안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인원은 2명이었고, 공기청정기는 없었다.

실험 결과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환기를 시작한 지 불과 10분 만에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3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할수록 환기 후 농도도 급등했고, 다시 창문을 닫은 후 열기 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날 실험 시작은 오전 11시7분이었다. 환기 전 회의실 내부 대기질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편이었다. 미세먼지 74㎍/㎥(보통), 초미세먼지 53㎍/㎥(나쁨) 수준으로 측정됐다.

같은시각, 바깥 대기질은 '매우 나쁨' 수준이었다. 중구 미세먼지 측정소(서울 중구 무교동)의 오전 11시 기준 미세먼지 농도 151㎍/㎥, 초미세먼지 108㎍/㎥였다.

[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미세먼지 좋음 날씨를 보인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바라본 여의도 도심이 파란하늘과 쾌청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10일 여의도가 자욱한 안개와 미세먼지로 뒤덮여 회색도시로 변해 있다. 2019.12.12. photothink@newsis.com

오전 11시7분 정부 권고안대로 창문을 열었다. 측정기 숫자가 빠르게 올라갔다.

10분 뒤인 오전 11시17분 미세먼지는 232㎍/㎥(매우 나쁨), 초미세먼지 136㎍/㎥(매우 나쁨)으로 치솟아 있었다.

30분 뒤인 11시37분에는 미세먼지 255㎍/㎥(매우 나쁨), 초미세먼지 145㎍/㎥(매우 나쁨)로 나타났다. 사무실 인근에 차도 등이 인접해 있어 중구 측정소의 수치보다도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232㎍/㎥와 255㎍/㎥는 '최악의 대기질'이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 세계 도시 미세먼지 순위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인 에어비쥬얼에서 지난 13일 오후 7시45분 기준 최악 1위는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의 사라예보로 260㎍/㎥였는데, 이에 버금같은 수치였던 것이다. 2위가 몽골의 울란바토르로 187㎍/㎥이었다.

이처럼 순식간에 최악이 된 실내 대기질이 다시 원래 상태를 회복하는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오전 11시37분 창문을 닫은 후 환기 전과 똑같은 상황인 미세먼지 74㎍/㎥, 초미세먼지 53㎍/㎥가 되기까지는 1시간20여분의 시간이 걸렸다.

미세먼지가 '나쁨'일 때 환기를 해도 두배 가까이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중구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수준이 각각 104㎍/㎥, 70㎍/㎥로 '나쁨' 수준으로 떨어진 오후 1시51분에는 10분 만에 미세먼지가 68㎍/㎥(보통)에서 115㎍/㎥(나쁨)으로, 초미세먼지가 40㎍/㎥(나쁨)에서 69㎍/㎥(나쁨)으로 올랐다.

[서울=뉴시스]국가기후환경회의의 미세먼지 국민참여행동 일부 캡쳐.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도 하루 10분씩 3번 환기하라고 권고한다. 2019.12.13. (사진=국가기후환경회의 자료) photo@newsis.com

이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간 수치였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 국가기관 국가기후환경회의(환경회의)는 '미세먼지가 심해도 하루 3번은 환기를 해야 한다'고 행동 지침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실내 환기'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회의 관계자는 "실내 공기질을 구성하는 물질에는 미세먼지만 있는게 아니라 호흡시 내뱉는 이산화탄소나 건축 자재에서 나오는 폼알데하이드, 휘발성 유기화학물 등이 실내에 축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건축학회나 대기환경학회 등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10분'이 실내 공기를 충분히 환기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려 이 같은 지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적의 환기시간'에 대한 국가적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질본) 관계자는 "아직 환기 횟수나 시간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부처간 합의하는 과정"이라며 "국가 수준에서 내린 '환기 기준'은 따로 없다"고 언급했다.

최근 일부 보도에서 '미세먼지가 심해도 하루 3번은 10분 정도씩 환기를 하는 게 좋다'는 행동수칙을 질병관리본부도 발표한 것처럼 소개가 됐는데, 이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그건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발표한 것이다. (공동발표처럼 나온 보도를) 우리도 보고 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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