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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신축 아파트 열기···주간 상승률 7년來 최고

입력 2019.12.14. 06:00 댓글 0개
'실수요 중심' 매수층 50대→30~40대 전환
재개발·재건축 답보로 아파트 노령화 지속
서울 급등세에 지방까지 들썩 '학습효과'도
'묻지 마 매수' 우려도…"폭탄 돌리기" 주의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거세게 일던 '신축 선호' 열풍이 이제 전국적인 현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비수기인 12월로 접어드는 데도 전국이 때 아닌 집값 상승기에 진입했으며, 그 중심에는 지은 지 5년 이하의 신축 아파트값 오름세가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지 않는 지방에서까지 신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나타나는 배경으로 실수요자 주도 시장의 자연적인 특성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택 매수 주요 연령층이 30대로까지 내려간 데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노후화는 심화되면서 신축의 희소성이 부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지난 13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 매매동향 통계에 따르면 금주 전국 신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0.20%을 기록해, 감정원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20년 초과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률(0.12%)이나 지은 지 5~10년 된 준신축(0.11%)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0.15%) 등 수도권(0.29%)뿐 아니라 5대 광역시(0.14%), 8개도(0.11%) 등 지방(0.13%)까지도 신축 아파트값 상승률이 치솟고 있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주변 지역 신축 아파트값 상승률은 기울기가 급해졌다. 금주 경기도 신축 아파트값은 지난 주 대비 0.36% 올라, 지난 주(0.33%)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권역별로는 용인 수지(0.55%), 안양 동안(0.36%) 등이 속한 경부2권(안성·용인·수원)에 있는 신축 아파트값은 금주 0.65% 상승해, 전주(0.37%) 대비 크게 튀어 올랐다. 과천(0.80%)이 속한 경부1권(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도 금주 0.56% 올라, 지난 주(0.53%) 대비 상승폭을 벌렸다.

하남시(0.40%)가 포함된 동부1권(남양주·구리·하남·광주)도 신축 아파트값이 0.45% 올라 큰 폭의 오름세다. 지방에서는 부산시(0.26%), 세종시(0.26%), 충남(0.22%), 인천(0.18%), 울산(0.15%) 등 순으로 오름폭이 크다.

감정원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값 강세는 서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서도 신축 선호 현상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새 아파트 인기에 대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전환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0대 젊은 층이 주택 구입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동안 주택 시장을 주도하는 연령층은 전통적으로 50대였지만, 최근에는 30~40대의 매수가 적극적이다.

그 결과 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아파트 매매거래 39만360건 중 30대 매입자의 비중은 24.0%(9만3496건)으로, 50대(21.5%)를 추월했다.

가장 아파트를 많이 매입하는 연령대는 여전히 40대(28.2%)지만, 일부 지역은 30대가 40대를 추월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올해 30대 아파트 매입자가 전체의 28.8%인 것으로 확인돼 40대(28.1%)를 넘어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에서도 성남 수정구, 광명시 등에서 30대 매입자의 비중이 각각 29.8%, 29.5%로 40대를 넘어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소득이나 주거 기대수준이 높아지면서 신축에 대한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데다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족으로 표현되는 30대들의 소비 형태가 노후 아파트에서 '몸테크'하는 것을 꺼리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에 의해 재건축, 재개발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구주택총조사(2015년) 자료에 따르면 지은 지 30년 초과 노후주택이 내년이면 375만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국 1637만호의 주택 중 22.9% 수준이다. 특히 이후에는 아파트 건축이 비약적으로 늘었던 1990년대(1990~1999)생 주택 552만호도 10년간 차례로 교체 수명이 도래한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미 서울은 올해 초 아파트 평균연식이 20.5년으로 전국에서 가장 먼저 20년을 넘어섰고, 광주시(19.4년), 대전시(19.4년), 부산시(18.9년) 등도 내년이 되면 차례로 20년을 넘기면서 아파트 노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여기에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나타난 '학습효과'가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입주 5년 이하 신축 3.3㎡당 매매가는 신축 아파트 3530만원으로 입주 30년 초과 노후 아파트(3263만원)를 처음 역전했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신축 매매가는 3.3㎡당 1792만원으로, 노후 아파트(3.3㎡당 2394만원)의 74.9% 수준에 불과했으나 불과 4년 만에 추월한 것이다.

이미 전남, 대전(2.3배), 전북, 충남, 충북(2.1배), 강원(2.0배) 등은 신축 아파트 3.3㎡ 매매가격이 노후 아파트의 2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신축 아파트 하나를 팔면 같은 규모의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을 중심으로 준공 감소세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48만277호에 달했던 전국 아파트 준공물량은 오는 2021년이 되면 절반 수준인 24만5000호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수도권(-41.5%)보다 지방(-56.3%)에서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부동산 비수기인 데도 전국에서 집값 상승세가 커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시중에 넘치는 부동자금과 저금리 영향으로 주택 매수세도 과감해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3.3㎡당 1억원짜리 아파트가 출연한 이후 송파구 잠실동에 이어, 마포구에서도 전용 84㎡가 20억원을 돌파하거나 근접하는 추세여서 시장 관계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최근 집값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오른 만큼 급격하게 꺼질 수도 있어 '묻지 마 매수'를 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도 부동자금이 워낙 많다 보니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에도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가격이 매력적이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더 오를까 봐 두려워서 사고 있다. 점차 임계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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