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새책]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진단한다

입력 2019.12.12. 17:47 수정 2019.12.12. 17:47 댓글 0개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
제프 매드릭 지음/박강우 옮김/지식의날개/1만6천500원

누구나 알고 있듯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은 철저하게 통제된 비현실적인 조건에서 성립하는 이론이다.

그런데 현실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여러 금융정책들은 자유방임주의 혁명이 시작된 197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 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고 세계경제는 물론 나라경제, 가계경제까지 휘청이게 된 것이다.

경제 칼럼니스트 제프 매드릭은 '경제학의 7가지 거짓말'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비롯해 주류경제학 이론을 지배하는 7가지 명제들이 어떻게 거짓말에 가깝고 경제와 사회에 해악을 끼쳤는지 역사·실증적 관점에서 파헤친다.

불황은 가만히 두거나 허리띠를 졸라 매면 해결된다는 '세이의 법칙'에 따라 '확장적 긴축' 정책을 펼친 결과 유럽 경제는 더 큰 불황에 빠지고 말았다. 또 시장 경제의 효율성을 과신한 나머지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한 결과 교육, 기술혁신, 복지 등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이밖에 '물가안정목표제' 아래 인플레이션을 낮은 수준에서 안정시키는 데만 집중하자 완전고용과 금융안정을 소홀히 하게 돼 만성적인 고실업과 금융위기의 위험이 초래됐다. 특히 '효율시장가설'에 따라 금융증권에서 투기적 거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음 아래 금융규제와 감독이 느슨해지자 결국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 명제들은 건전한 의도에서 탄생했고 그 자체로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지만, 주류경제학자들에 의해 심각하게 오·남용됐다.

주류경제학자들은 가치중립적인 진정한 '과학'을 추구한다면서도 자유방임주의 가치에 충실한 이론만 제시했고, 현실을 고찰하기보다는 학계 또는 정관계의 최신 유행에 부화뇌동했으며, 객관적인 방법론을 통해 분석하기보다는 이익집단이나 정치인들의 구미에 맞추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경제학의 존재 근거가 자연과학과 같이 항상 성립하는 절대 불변의 원리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경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가설을 제시하는 데 있다는 점은 앞으로 경제학자들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무리하게 달러를 차입한 국가들뿐만 아니라 이들의 상환능력을 면밀히 따져 보지 않고 무턱대고 달러를 빌려준 월스트리트와 다른 선진국의 금융기관, 더 나아가 이런 자본이동이 가능하도록 자본 통제를 철폐했던 선진국의 정책당국에도 상당 부분 외환위기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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