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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원혜영·백재현 "정치인생 마무리"···'중진 용퇴론' 확산되나

입력 2019.12.11. 15:46 댓글 0개
당내 중진 의원 중에서 불출마 공식선언은 처음
당사자들은 경계…"물갈이론 재료로 쓰일까 우려"
이해찬 "젊은 국회와 후배들을 위한 영단에 감사"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원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은 백재현 의원. 2019.12.11.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강지은 기자 =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5선의 원혜영(경기 부천시오정구·5선) 의원과 3선의 백재현(경기 광명시갑) 의원이 11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두 사람의 불출마를 계기로 한동안 잦아드는 듯 했던 인적쇄신 및 중진 용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지 주목된다.

원 의원과 백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 의원은 "이번 20대 국회를 끝으로 정치인생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대 총선을 준비하면서부터 가져왔던 오래 된 생각이었다"며 "정치인에게는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와 함께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치를 만들어내겠다는 책임감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저는 소임을 다하지만 그동안 뜻을 같이해온 여러 동료·후배 정치인들이 그 소임을 다해 줄 것이라 믿고 기대한다"며 "특히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실현에 앞장섰던 후배 세대 정치인들이 더 큰 책임감으로 정치를 바꾸고 새로운 세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천시장을 거쳐 부천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원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표와 민주통합당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오래 전부터 불출마를 고민해 왔으며 이에 따라 차기 국무총리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원 의원은 "선거는 나갈지 안 나갈지가 내 결단이지만 그것을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니다. 많은 얘기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제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도 인정해야 했다"며 "특히 개헌, 선거제도 개혁, 국회개혁 등 일하는 정치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개혁과제들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은 내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난 정치인생을 돌아보기도 했다.

백 의원도 "남아 있는 숙제는 이제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탁드리려고 한다"며 "지난 30여 년 동안 혹시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분들, 서운함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는 용서와 화해를 구한다. 저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세무사 출신의 정책통인 백 의원은 광명에서만 3선을 지냈으며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을 역임했다.

당내에서는 7선의 이해찬 대표와 현재는 무소속 신분이지만 6선 원로인 문희상 국회의장의 불출마가 기정사실화 돼 왔다. 그러나 중진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철희·표창원·이용득 의원 등 초선에 집중돼 있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왼쪽) 의원과 백재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2019.12.11. kmx1105@newsis.com

따라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중진 용퇴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 민주당 4선 중진인 강창일 의원도 내년 총선 출마 여부를 고심 중으로 연내 입장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4선의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출마를 언급했다.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초선인 김성수·서형수·제윤경·최운열 의원도 불출마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원 의원과 백 의원은 자신들의 불출마 선언이 중진 물갈이론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했다.

원 의원은 "우리들의 정치 마무리가 물갈이론의 재료로 쓰이는 분위기에 대해 항상 저는 우려를 갖고 있다. 저는 물갈이를 통해 우리 국회와 정치가 혁신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40% 이상의 물갈이가 안 이뤄진 적이 없지만 국회는 늘 이 모양이었다. 물갈이 이전에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는 경륜과 의욕의 조화가 중요하다. 국회야말로 노장과의 조화가 필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뿌리를 튼튼하게 만들고 줄기 위에서 푸른 잎과 열매가 맺히는 자연의 섭리를 물갈이론이 부정하는 쪽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도 "물갈이가 아니라 물고기만 바꿨지 물을 바꿔본 적이 없다"며 "이번에 제도 개혁을 통해 물 자체를 바꾸는 정치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물고기만 바꾼다고 해서 제대로 가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이례적으로 당대표 입장문을 내고 '명예로운 결단'으로 평가하면서 감사함과 아쉬움을 표했다.

이 대표는 "두 분께서 국회를 떠난다니 아쉬운 마음, 그리고 보다 젊은 국회와 후배들을 위한 영단에 감사한 마음이 교차한다"며 "하지만 국회를 떠나는 것이지 당과 민주진보진영을 떠나는 것이 아니고 이후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재집권을 위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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