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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장
입력 2019.12.10. 18:34 수정 2019.12.10. 20:41 댓글 0개초겨울 한파 기세가 매섭다. 이맘 때면 반드시 치러야 할 연례 행사가 있다. 김장이다. 예전같진 않지만 여전히 김장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다. 하기 전엔 걱정이지만 끝내고 나면 든든하다. 겨울을 버티게 하는 힘이고 이듬해 먹거리 걱정까지 덜 수 있으니, 김장이야 말로 한해 농사다.
김장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치 않다. 다만, 기록으로 볼 때 고려시대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고려시대 후기 문신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무를 소금에 절여 구동지에 대비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고려시대 왕실의 미곡을 관장하기 위해 설치됐던 창고이자 관청인 요물고(料物庫)도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조선시대 전국적으로 널리 퍼진 김장풍습은 조선 헌종때 정학유가 지은 가사 '농가월령가' 중 '10월령'에서 잘 엿볼 수 있다. "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立冬) 소설(小雪) 절기로다/나뭇닢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듣거라 아이들아 농공을 필(畢)하도다/남은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무우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鹽淡)을 맞게 하소/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독 곁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양지에 가가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바기무우 알암 말도 얼잖게 간수 하소"
김장이 한해 중요한 행사였던 만큼 김장을 소재로 한 속담들도 널리 쓰였다. '김장은 겨울의 반 양식'이라고 했다. '김장 배추가 물러지면 집안일이 꼬인다'는 말도 있다. 잘못 간수했다는 소리니, 집안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김장은 손끝을 불어가면서 담가야 한다'라는 말도 있다.
아쉬운 건 점차 김장담그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김장을 직접 담근다'고 답한 사람은 63%였다. 10가구 중 6가구 꼴이다. '2030 김포족(김장 포기하는 사람들)'이란 신조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격세지감이다. 머잖아 '김장은 겨울의 반 양식'이란 말도 바뀌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주위엔 김장 김치가 겨울을 버틸 소중한 양식인 이들이 많다. 이맘 때면 들려오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가 따뜻하고 정겨운 이유다.
윤승한 사회부장 shyoon@srb.co.kr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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