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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DJ를 키우자]호남정치 실종···새로운 정치인상은?

입력 2019.12.10. 06:00 댓글 0개
총선 예비후보 등록 일주일 전 새인물 목마름
국민 최우선하는 정치…DJ리더십에 해답 있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가져야"
[광주=뉴시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출세하는 정치쟁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진리와 정의를 위해 일생을 바치고 국민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가 될 것인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깊게 새겨야 할 경구다. 2019.12.09. (사진=뉴시스 DB) kykoo1@newsis.com

[광주=뉴시스] 공동취재팀 =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출세하는 정치쟁이가 될 것인지, 아니면 진리와 정의를 위해 일생을 바치고 국민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가가 될 것인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정치 하려는 후배들’에 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갈(一喝). 서거 10주기에 맞춰 발간된 총 30권 분량의 『김대중 전집』 첫 머리글에서다.

정치쟁이가 되겠다면 정치를 하지 말라 했다. “국회의원을 네 번, 다섯 번 했어도 국민으로부터 이렇다 할 평가도 존경도 못 받고 오직 경멸과 비난의 대상이 된 사람을 많이 봤다”는 판단에서다. 뼈아픈 지적이다.

“정치는 곧 인생의 전부”라 했던 DJ. ‘나와 같은 길(정치)을 걷겠다고 나선 젊은이들’을 위한 그의 10가지 조언이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그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정치인상은 뭘까. 권노갑. DJ의 비서·가신·측근 그룹을 일컫는 동교동계의 맏형. 그는 회고록 『순명』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키워보자고 한 지도자는 평생 정대철 의원 한 사람 뿐”이라고 했다.

정대철은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거쳐 미 미주리대에서 김일성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부친은 고 정일형 전 신민당 부총재. 독립 유공자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던 8선 의원 출신의 야당 거물이었다.

부친(고 정일형 박사)을 뵈러 올 때마다 대학생 정대철의 방에 들러 담배를 나눠 피우곤 했던 DJ. 그는 정대철에게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4가지를 당부했다.골프·바둑·노름·술 등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취미다.

또한 서거 전까지 3가지 시대 소명을 외고 다녔다고 한다. ▲남북 평화정착을 통한 평화통일 ▲보편적 복지를 통한 양극화 극복 ▲부정부패 근절을 통한 정의사회 구현이 그 것이다.

2020년 총선. 2년 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파악하는 바로미터다. 총선 결과는 2022년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여론 향방에도 중요하다.

또한 집권 4년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종반 평가 성격도 띤다. ‘레임덕’과 정권심판론이 불거질 수 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호남은 사라졌다. 서거 10주기, DJ 리더십을 되돌아본 이유다.

광주는 시민들 정치 수준이 ‘3선 의원급’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총선·대선 등 주요 선거마다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 노릇도 했다.

호남정치의 실종. 중앙과 지방의 소통 부재. 광주·전남 주요 현안과 사업들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에 따른 책임론엔 정치권 뿐만 아니라 유권자도 자유롭지 않다.

국민우선 정치.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은 DJ의 연설 첫 머리 단골 문구. 그러나 그는 실천했다. 맹목적 떠받듦은 아니었다. 국민을 위한다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반대 여론에 흔들리지 않았다.

‘행동하는 양심’처럼 불의에 저항했지만,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온갖 쏟아지는 비난도 감수했다. 오직 국민을 위해.

의사결정.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겸비. 처절한 문제의식은 시대 소명을 관통한다. 그러나 그것에만 매달릴 경우 완고함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상인들의 현실감각. 그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지, 언제 물건을 구매하고 언제 팔지를 생각한다.

유시민은 “‘무엇이 옳으냐, 무엇을 해야 하느냐’ 하는 원리 원칙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판단하되, 이를 실천하는 데 있어서는 마치 장사를 하는 사람이 돈벌이를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 능숙한 실천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정치인 정대철에게 골프·바둑·노름·술 등을 못하게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이 아니면 차선, 최악 보다는 차악을 판단·선택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광주=뉴시스】 미래세대를 위한 투표. (사진=뉴시스 DB)

1주일여 뒤면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다.

차세대 DJ들의 출발선. 광주·전남 대표 뉴스 플랫폼 사랑방뉴스룸이 지역민 551명을 대상으로 총선 후보자들에 대한 선택 기준을 물었다. 응답자 3명 중 1명은 ‘포스트 DJ’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국민통합을 꼽았다.

인물론도 부각할 전망이다. 10명 중 6명이 정책·공약, 소통공감 능력을 보고 투표하겠다고 했다.

선량(選良)들에게 먼저 묻자. 그들의 마음 속 국민은 있는지, 시대 소명은 무엇인지를. DJ가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았던 ‘국민’.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똘똘 뭉친 유권자가 먼저 돼야 한다.

내년 총선에서 정치쟁이가 발 붙이지 못하도록. 실종된 호남 정치가 부활하도록. DJ를 넘어설 차세대 정치인이 탄생할 수 있도록.

kykoo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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