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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초미세먼지 항만 '부산항' 오명 벗을까?

입력 2019.12.10. 06:00 댓글 0개
선박 1척 디젤 승용차 5000만대 분량 '황산화물' 배출
저속운항 선박 요금 감면·정박 선박 육상서 전원 공급
"항만 오염물질 세부 기초 자료 연구와 전담기구 필요"
【서울=뉴시스】부산항 신항 3부두.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항만·선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선박의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하고, 항만 내 초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기 위한 환경 개선 등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를 현재의 절반수준인 1만6000t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가 나온 이유는 선박이 부산이나 인천과 같은 항만도시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국내 항만에 드나드는 대형 선박 상당수가 벙커C유(油)를 사용한다. 벙커C유는 황과 함께 다량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배출한다.

특히 부산은 도시 전체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의 73%가 선박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초미세먼지도 51%가 선박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황산화물의 11%, 초미세먼지의 10%가 선박에서 나올 정도로 항만 미세먼지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항만 최대 미세먼지 배출원 '선박'…부산항, 세계 10대 오염항만 '불명예'

선박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인한 항만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컨테이너 선박 1척이 디젤 승용차의 5000만대 분의 황산화물(SOx)과 트럭 50만대분의 초미세먼지(PM2.5)를, 초대형 크루즈선은 디젤 승용차의 350만대에 달하는 황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선박은 주로 벙커C유를 쓰고, 항행 특성이나 엔진의 종류에 따라 경유나 벙커A, 벙커B유를 혼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 기준은 '해양환경관리법 시행령' 제42조에 따라 경유 1.0%(이하 무게 기준), 벙커A유 2.0%, 벙커B유 3.0%, 벙커C유 3.5% 이하다.

또 초미세먼지 발생원 가운데 '도로이동오염원'과 '비도로이동오염원'을 비교하면 서울과 대구에서는 0.9배, 0.7배 수준이지만, 부산에서는 4.8배, 인천 1.6배, 울산 4.1배로 항만지역에서 비도로이동오염원의 배출량이 도로이동오염원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도시에서 비도로이동오염원 중 선박의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선박에 의한 대기오염물질은 주로 연안 400㎞ 이내에서 배출돼 연안지역 대기오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부산시의 대기오염 전체 배출량의 선박 비중이 ▲질소산화물 41.1% ▲황산화물 70.2% ▲미세먼지 15.5% ▲초미세먼지 37.8%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초미세먼지 세계 10대 오염항만으로 꼽혔다. 지난 2016년 '네이처'에 따르면 부산항은 중국의 7개 항만, 두바이, 싱가포르와 함께 10대 초미세먼지 오염 항만으로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세계적으로 초미세먼지가 가장 높은 10대 항만이 모두 아시아 권역에 분포하고 있다. 물동량이 급증한 중국의 항만과 환적화물이 많은 싱가포르항, 부산항 등의 초미세먼지가 수치가 높다.

[서울=뉴시스] 선박 접안시 필요한 전기를 육상에서 선박에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

◇"미세먼지 배출 그만"…저속운항 선박 요금 감면·정박 선박 육상서 전원 공급

내년부터 부산·인천항 등 주요 항만을 운항하는 선박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해수부는 지난 4월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항만대기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항만대기질관리구역 내 황산화물 배출규제해역을 지정할 수 있다. 또 저속운항해역을 지정해 선박의 소유자가 일정 속도 이하로 운항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배출규제해역에서 항해하는 선박의 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기준도 0.1%로 대폭 강화된다.

해수부는 이달부터 국내 주요 항만에 저속으로 입항하는 선박의 입출항 요금을 15~30% 감면해주는 '선박 저속운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겨울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한 달 앞서 운영하고 있다.

저속 운항을 시행하는 해역은 국내 5대 항만인 부산·울산·여수·광양·인천항이다. 항만 내 반경 20해리 범위에서 컨테이너선과 자동차운반선은 12노트, 이외 선박은 10노트로 운항해야 한다. 항만별로 미세먼지 발생량이 높은 상위 3개 선종 중 3000t 이상의 외항선이 대상이다. 저속 운항을 하면 항만시설 사용료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선박 입출항료(t당 111원)를 상한액 내에서 일부 감면해준다.

또 전국 주요항만 200여개 선석에 정박 중인 선박에 전기를 공급하는 '육상전원공급설비(AMP·Alternative Maritime Power)'가 설치된다. 대상 항만은 부산·인천·광양·평택·대산·군산·목포·여수·마산·울산·포항·동해·제주항 등이다.

선박은 정박을 하더라도 냉동고와 공조기, 조명 등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엔진을 가동해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을 배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컨테이너 1만3000개를 싣는 컨테이너선이 정박할 경우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16kg, 황산화물은 830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산화물은 승용차 5000만대 분량이다. AMP가 설치되면 선박 엔진의 공회전이 필요 없어 미세먼지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이번 선정된 13개 항만의 정박 선박에서 발생한 연간 미세먼지 발생량은 약 1만6800t이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AMP 구축을 위해 9322억원(정부 6991억원·항만공사 233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해수부는 계획대로 AMP가 구축되면 13개 항만에 정박하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35.7%를 감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2020년까지 대기오염물질의 원인인 선박 연료 벙커C유의 황 함유량 허용기준을 현행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울산항과 부산항 등에서는 향후 벙커C유를 대신할 친환경 LNG벙커링(LNG를 선박연료로 사용) 항만으로 조성하고, 오는 2025년까지 항만 내 예인선 140여척을 LNG연료선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진행된다.

이같은 노력에 더해 전문가들은 항만 오염물질에 대한 세부적인 기초 자료 연구를 비롯한 전담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용성 KMI 해양정책연구실 전문연구원은 "국내 항만의 배출원 및 배출 실태, 오염 현황, 이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한 정확한 기초자료의 부족 역시 큰 문제점"이라며 "우선 선박·항만의 배출실태, 이로 인한 대기중 오염농도 및 분포, 이동·확산 현황, 보건·환경적 영향에 대한 정확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통합적으로 전담 관리하는 조직과 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연구위원은 "항만 내 미세먼지와 관련 있는 유관 부처 및 기관 등 주요 정책 행위자들의 업무 역할과 기능, 나아가 의무 및 권한의 범위 등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항만 미세먼지 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동북아나 아세안 지역 차원의 국제협회나 기구를 창설하거나 기존 협력 체계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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