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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1년]①엄마는 버텼다···이 땅의 모든 용균을 위해

입력 2019.12.10. 06:01 댓글 0개
지난해 12월 첫 기자회견…사고현장 찾고 마음 바꿔
'김용균재단' 이사장 맡아…노동환경 개선 적극 나서
母 "아직 미안한 마음…그래도 엄마 조금이라도 봐줘"
文대통령과 유가족 면담도…"진상조사 꼼꼼히 해달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고(故) 김용균노동자 1주기 추모대회가 열린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12.0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비인간적인 학대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죽은 내 아들…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판다."

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는 지난해 12월11일 오전 3시20분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료 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당시 김씨는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근로자 소속으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사망한 지 6시간이나 지나 발견된 시신은 끔찍했다.

어머니 김미숙씨가 처음 마이크를 잡은 것은 아들이 세상을 등진 후 불과 사흘 후인 14일. '태안 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대책위)'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였다.

대책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미숙씨는 "자식 죽은 부모가 나서지 않으면 사람들이 봐주지 않는다"며 "이만큼 힘들고 억장이 무너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해야 국민이 알아주고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 주기 때문에 제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숙씨가 처음부터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회사 측 이야기를 듣고 보상금을 받은 뒤 일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대책위와 함께 사고 현장을 찾은 후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 대책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미숙씨는 나오는 행사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은 적이 없다. 하지만 아들의 사망 이후 '제2의 김용균'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선 노동환경 개선 등을 위한 활동에 거침이 없었다. 올해 10월26일 출범한 '김용균재단'의 이사장도 맡았다.

김 이사장은 당시 창립총회에서 "아들의 이름을 딴 재단이 만들어졌다"며 "용균이의 처절한 죽음이, 그 전의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이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행동이 이 사회의 밝은 빛이 되기를 바란다"며 "김용균재단의 사회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균재단은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사업 ▲위험의 외주화 근절 투쟁 ▲산재사고 예방과 대응·산재 피해 지원활동 ▲비정규직 철폐 ▲청년노동자 권리보장사업 ▲차별없는 일터를 위한 연대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오는 12일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예정이다.

[남양주=뉴시스] 이영환 기자 =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씨가 지난 8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서 거행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유가족 인사를 하고 있다. 2019.12.08. 20hwan@newsis.com

김용균법의 골자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의 안전 관리까지 책임지도록 산업재해 예방 의무를 확대하고,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로 사망했을 때 사업주와 법인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27일 김용균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취재진과 만난 김미숙씨는 "원래 나라가 해야 하는 일을 제가 하게 됐다"며 "우리 용균이가 저를 이렇게 만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을 향해 "용균아, 다음에 엄마가 너에게 갈 때는 조금이라도 덜 미안할 것 같아"라며 "아직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너무 많은데 그래도 엄마 조금이라도 봐줘"라고 전하기도 했다.

김미숙씨 등 가족들은 올해 2월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을 갖기도 했다.

이 만남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김미숙씨를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뒤 52일 만에 이뤄졌다. 유가족 대표로 모친인 김미숙씨와 부친 김해기씨, 이모 김미란씨가 참석했다.

김미숙씨는 "우리 용균이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죽음을 당해 너무 억울하고 가슴에 큰 불덩이가 생겼다"며 "진상조사 만큼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통령이 꼼꼼하게 챙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만들어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용균이 동료들이 더 이상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 안전한 작업장, 차별없는 신분 보장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김미숙씨의 두 손을 꼭 잡고 "많이 힘드셨죠"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고(故)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추모위)'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고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제'를 열었다. 1주기 당일인 10일에는 태안화력발전소 내 조형물 건립 예정지에서 현장 추도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추모제에 참석한 김미숙씨는 "위험한 일을 안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데 그 권리가 없어서 우리 아들이 죽었다"며 "앞으로 이 어둠을 거둬내는 것 역시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 우리 서민들이 헤치고 나가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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