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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볼커 사망···"인플레이션 이긴 전 美 연준 의장"
입력 2019.12.10. 00:41 댓글 0개[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투기성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한 '볼커룰'의 창시자 폴 볼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타계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8년 동안 연준 의장을 역임한 볼커 전 의장이 8일 92세로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유가족은 사망 원인이 전립선암 합병증이었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볼커 전 의장은 7명의 대통령이 지나간 50년 동안 미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재무부 고위 관료로 있으면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게 금본위제를 버리라고 조언했다. 금본위제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금에 화폐 가치를 고정한 제도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71년 금본위제를 폐기했다. 베트남전쟁 탓에 재정지출이 늘고, 달러를 가진 외국의 교환 요구에 부응할 만큼 금을 보유하지 못해서다.
볼커 전 의장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한 조언을 하면서 '볼커 룰'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미 당국이 도입한 주요한 규제책이다.
볼커 전 의장의 가장 큰 업적은 연준 의장을 지낸 1979~1987년 사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잡은 점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당시 미국은 10년 동안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성장은 약해진 상황에 빠져있었다. WP는 "기준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억제한 폴 볼커"라고 보도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을 이긴 연준 의장"이라고 전했다.
CNBC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은 1965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 시절 1% 수준이었지만 1980년 3월에는 14.8%로 치솟았다.
폴커 전 의장은 내부의 반대를 이기고 기준금리를 전례 없이 20% 수준까지 올려 유동성을 대폭 줄였다.
이 조치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촉발하고 수천개의 기업과 농장을 파산시켰다. 실업률은 10% 넘게 치솟았다. 1982년 실업률은 10.8%를 나타내 1940년 이후 현재까지 최고치 기록에 올라있다.
그는 노동자, 농민,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일례로 무역 간행물 '프로페셔널 빌더'는 1982년 그의 얼굴을 현상수배 포스터에 합성해 내보내고 그와 연준이 "수백만 중소기업에 대한 계획적이고 냉혹한 살인을 했다"고 비난했다.
볼커 전 의장은 이 충격요법이 미국의 물가가 영원히 빠르게 오르리라는 예상을 깨트리고 장기간에 걸쳐 경제를 더 강하게 하리라고 확신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가 옳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볼커 전 의장이 브레이크를 떼고 연준이 금리를 낮추자 미국은 낮은 인플레이션, 꾸준한 성장을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윌리엄 풀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는 "그의 과감한 통화정책 변화와 고통스러운 몇년을 보내겠다는 결단력이 없었다면 미국 경제는 하락세의 악순환에 빠졌을 것"이라고 CNBC에 평가했다.
볼커 전 의장은 지난해 10월 회고록을 출간한 뒤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의) 미국은 모든 면에서 완전히 엉망진창(We're in a hell of a mess in every direction)"이라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t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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