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산구 초교 앞 보행보조장치, '실명'도 유발한다?

입력 2019.12.09. 19:28 수정 2019.12.09. 19:28 댓글 0개
광산구 보행보조장치 납품가 뻥튀기 의혹
참여업체 3곳 문제 제기
경찰 심의서 ‘위법시설물’ 판정
조달청 우수상품서 제외시켜
구 "이미 계약해 변경 불가" 고수
광산구 한 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횡단보도 음성안내 보조장치

광주 광산구가 초등학교 앞에 설치하고 있는 '횡단보도 음성안내 보조장치(이하 보조장치)'가 경찰청의 표준지침과 맞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여업체들이 정작 주요 부품인 스피커는 저가제품을 사용한 채 부가 기능의 다른 부품들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납품가를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광산구는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사업 추진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광주 광산구와 경찰청, 광주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광산구의 보조장치 설치 사업에는 3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A업체는 음성안내 보조장치에 영상카메라 방식을, B·C업체는 음성안내와 레이저스캔 방식을 추가해 각각의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부 업체의 보조장치는 경찰청 표준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표준지침은 보조장치의 주요 부품인 스피커의 경우 음향이 횡단보도 방향으로만 향하는 '지향성 스피커'를 요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형 '혼(horn) 스피커'는 음향이 좌·우와 뒷쪽으로 까지 방사형으로 퍼지면서 주변 주민들의 민원의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횡단보도 방향으로만 소리가 뻗어나가는 지향성 스피커를 표준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일부 업체 장비의 스피커는 일반형 '혼 스피커'를 사용했다. 혼 스피커는 가격에서도 지향성에 비해 10배 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업체가 고가의 보조장치라고 설명하는 부품들은 실제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B·C업체는 보행자가 빨간 불일 때 건너는 것을 감지해 경고해 주는 레이저 장치와 관련 3등급 레이저를 적용했다. 3등급 레이저는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레이저가 나오는 높이와 비슷한 키의 초등학생들의 경우 눈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이 레이저에 자주 노출될 경우 실명까지 될 수 있다"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또 부가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는 CDMA 기능의 경우 위급시 원격제어가 필요할 때 오작동할 우려가 있고 LED표지판은 운전자가 신호등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행자를 인식하는 카메라는 사생활 침해 논란도 유발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이런 부작용들 때문에 표준지침을 통해 해당 장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도 업체들은 버젓히 '부가기능'으로 내세우며 보조장치의 납품가를 올렸다는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파악한 광주지방경찰청이 공문을 발송하고 광산구를 직접 방문해 이들 업체들의 제품 구입 및 설치를 만류했으나 광산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광산구가 이 업체들과 계약한 시기는 지난 2월. 광주 경찰은 5월께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는 사이 경찰청 차원에서 심의를 통해 해당 업체들의 제품을 위법시설물로 규정하자, 조달청은 이들 제품을 '우수상품'란에서 제외시켰다.

광산구가 의지만 있다면 계약 변경이나 파기 조건이 충분했음에도 '이미 선택한 상태라 계약을 바꿀 수 없다'며 계약유지를 강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조장치 설치가 끝나면 표준지침이 정확히 지켜진 제품인지 점검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부가 기능은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스피커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광산구는 이에 대해 "표준지침에 벗어난 부품은 따로 빼내 별도의 방법으로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제품을 설치한 뒤 경찰 심의를 마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이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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