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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재심 첫 공판···증인 4명 생생한 진술

입력 2019.12.09. 18:41 댓글 0개
'순천역서 총소리들렸는지, 군사재판 거쳤는지' 등 확인
순천지원, 다음 달 중순께 '선고', 역사적 재심 재판 종결
광주지법 순천지원.

[순천=뉴시스]김석훈 기자 = 전남 여수·순천지역에서 1948년 10월 19일 발생한 '여순사건' 당시 처형된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재심 재판 첫 공판기일이 9일 열려 그날의 아픈 모습이 조명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 심리로 316호 형사 중법정에서 열린 여순사건 5차 공판은 재심을 청구한 피해자 유족 장경자(74) 씨와 변호인, 공판 검사가 출석해 4명의 증인 진술을 청취했다.

당시 순천역에서 근무했던 승무원 박 모씨, 사형선고를 받은 뒤 감형됐던 승무원의 아들 김 모씨, 박병섭 전 교사(여순재심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으로 근무했던 김춘수 박사 등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거나 조사 내용, 전해듣거나 기억하고 있는 여순사건에 대해서 세세히 진술했다.

진실화해위 근무 시절 여순사건에 대해 조사했으며 논문을 작성했던 김 박사는 위원회 조사과정에서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며 명예회복을 원했던 원고 장경자씨와 장씨의 어머니 진점순씨의 조사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히 진술했다.

김 박사는 검찰이 순천역에서 민간인들에게 행한 계엄군의 발포 상황과 발포에 대한 적법성이 있었는지 질문하자, "적법하지 않았고 절차적으로도 적법한 계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조사했던 진점순 여사는 96세의 나이에도 남편을 잃은 사실을 담담히 진술해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었으며, 남편이 끌려간 상황과 면회, 마지막 죽음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1948년 순천역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박 모씨는 "14연대 군인들이 여수에서 구례를 가기 위해 타고 온 열차가 순천역에 섰을 때 경찰기마대를 만나면서 교전이 있었다"면서 "이후 진압군이 들어와 모두를 철도 운동장에 모이게 한 뒤 몸을 수색해 14연대 내복 등을 입고 있으면 반란군으로 분류했으며 뒤에 총살당했다는 말이 전해졌다"고 증언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증인들에게 민간인이 처형되는 것을 목격하거나 피해자를 알고 있는지, 전해들은 이야기가 있는지 등을 질문했고, 순천역 인근에서 민간인을 처형하는 총소리가 들렸는지 등도 확인했다.

검찰은 누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동료 철도원이 총살당한 것을 목격하거나 사실을 알고 있는지, 누가 군사재판을 받았다는 뒷말이 있었는지 등을 질문했으나 명확한 답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아버지가 철도 승무원이었던 김 모씨는 "철도원들은 그 자리를 벗어나면 열차 운행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묵묵히 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14연대 군인들이 철도의 통신수단을 활용했을 거고, 후생 시설도 이용했을 건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열차를 운행했을 것으로 본다"며 당시의 공포속에서 고통받았을 희생자들을 대변했다.

그는 "아버지도 밥 먹다가 잡혀서 모진 고문을 받았고 사형 선고자였다가 감형됐으나 재판과정은 전해진 바 없었다"며 "이제라도 진실이 밝혀지고 진술이 기록에 남아서 억울한 사람에게 도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증인으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마치고 다음 공판기일 증거 조사를 한차례 더 거친 후 내년 1월 여순사건재심재판에 대해 선고할 계획이다.

다음 공판기일은 12월 23일 오후 2시 순천지원 316호 형사 중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1948년 10월 19일 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도 파병을 반대하며 시작된 여순사건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승만 정권 계엄군이 순천을 점령한 직후 순천역 기관사이던 고 장환봉씨 등을 체포해 22일 만에 사형 집행한 사실에 대해 장 씨의 딸 장경자씨 등 3명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재심 청구 7년여 만인 지난 3월 21일 재심청구사건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한 원심에 위법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순천지원에서 재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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