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외로움

입력 2019.12.09. 18:20 수정 2019.12.09. 19:56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주변에 결혼식이 많아서 일까?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새삼 신혼의 일상이 떠오른다.

현실적 측면에서 신혼을 회상해보면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문화에 적응하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시절이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 생각했는데 서른을 훌쩍 넘은 '둘만의 인연' 주변에는 문화와 문화가 있었고 작은 충돌을 참아내는 슬기로움이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 사람은 태어나 새 문화에 뚝 떨어뜨려지고 그 곳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부모와 형제, 자매 등 가족 구성원, 사는 동네, 친구, 학교, 회사 등 만남마다 그랬다.

지난 삶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 왔다는 생각에 가끔은 "그래도 잘했다"며 스스로를 토닥여 줄 때도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새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빅데이터 분석기업 다음소프트의 생활변화관측소가 펴낸 '2020 트렌드 노트'에서 내년을 이끌 키워드로 '혼자만의 시공간'을 꼽았다는 소식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혼밥'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이후 이와 비슷한 단어인 혼술, 혼라이프 등 '혼○'으로 이름지어진 단어는 지난해까지 모두 39개가 늘었다고 한다.

연말을 앞두고 2020년을 전망하는 트렌드 예측서들도 이른바 '혼자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외로움'을 공략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분석한 Z세대의 '혼○'의 시대는 외로움이 아니다. 이들은 '혼 라이프'를 자신만의 외로운 상태가 아니라, 삶을 꾸려가는 태도라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혼자=외로움' 이라는 개념 속에 살아 온 386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혼○'의 시대는 386세대에게 '혼란 또는 혼돈'의 개념이 되기도 한다. 새 문화 또는 새로운 문화적 개념과의 작은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위로는 58년 개띠를 중심으로 한 인구에 떠밀리고 아래로는 끊임없이 새 문화를 창출해 내는 신세대에 적응하느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대표적 낀세대다.

외로움조차 외로움으로 보지 않고 자기 신념으로 해석하는 Z세대에 박수를 보내지만 또다시 새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386의 외로움은 떨쳐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외로움'을 공략하라고 권하는 모양이다. 모두가 외롭다. 도철 경제부부장 douls18309@srb.co.kr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최근 무등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