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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공시가 논란, 내년 재발 없다"는데···

입력 2019.12.08. 11:00 댓글 0개
감정원, 공시가격 업무 수행 이후 첫 산정절차 공개
설명에 설명이 '꼬리'…국민 이해시킬 수 있을지 '갸웃'
"검증시스템 강화하겠다"는데 무엇을 어떻게 '결여'
국토부 이달 발표 예정 '신뢰도 강화 종합대책' 주목
[서울=뉴시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개최한 '현장조사 팸투어' 현장. 조사원과 함께 인근 주택가로 나가 모바일 현장조사용 앱을 활용한 현장조사 체험이 진행됐다.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이 주택은 1978년에 지은 2층짜리 연와조(불에 구운 벽돌로 쌓아 축조한 구조) 단독주택으로 건축면적은 85.06㎡, 올해 기준 공시가격은 10억1000만원입니다. 여기 보시면 조사자들이 현장에 직접 와서 찍은 사진들이 매년 연차별로 다 보이고요. 집주인이 올해 공시가격의 이의신청을 하셨는지 여부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서 한국감정원의 이선오 과장은 이 단독주택과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번갈아 보면서 능숙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올해로 공시가격 산정에 15년째 참여하고 있다는 이 과장은 "불과 몇 년새 ICT(정보통신기술) 기술이 도입돼 공시가격 조사에도 과학화가 이뤄졌다"면서 "올해 제가 맡은 단지만 800개로, 최첨단 ICT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성과 정확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들을 상대로 개최한 '부동산공시가격 현장조사 팸투어' 행사는 감정원이 오는 18일부터 내년도 공시가격 산정 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공시가 산정 방식의 불투명성 논란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내년부터는 검증강화를 통해 현장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자리였다.

특히 감정원이 지난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업무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산정 절차와 과정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그동안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한 '깜깜이' 논란에 해명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설명에 대한 설명이 꼬리를 물면서 많은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조사원이 마음대로 공시가격을 집계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실거래가를 포함해 다양한 기준이 반영된다. 시가 수준을 기준으로 90~105% 범위에서 벗어난 이상치는 필터링하게 돼 있습니다."(감정원)

"시가수준이라는 게 뭔가?"(기자들)

"실거래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판단해서 저희가 작업한 가격이다."(감정원)

"그건 주관적이라는 얘기 아닌가."(기자들)

"아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부동산통합업무시스템(KRIMS)'을 통해 산정되며 현장 조사를 통해 확인과 수정이 이뤄진다. 이 경우에도 조사원이 혼자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내부적으로 검증이 이뤄지며 최종적으로 중앙부동산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감정원)

"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나."(기자들)

"학계, 연구기관, 행정기관, 부동산업계 등 전문가 20명이 참여한다."(감정원)

"어디 소속인가. 회의록은 공개되나."(기자들)

"국토교통부 장관 소속이다. 공개되지 않고 있다."(감정원)

해명이 석연치 않다보니 기자들의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국민들의 눈높이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정부 공시가격 산정은 매 순간마다 논란의 연속이었다.

연초에는 표준지 50만 필지 공시지가 산정과 관련해, 정부 용역을 맡는 감정평가사들에게 과도한 입김을 넣는다는 비난이 폭주했다. 지난 4월에도 정부가 지자체에서 수행하게 돼 있는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직접 개입해 정부 기준보다 낮게 책정된 지역에 대해 재산정을 요구하면서 유래없는 논란을 자처했다.

감정원에서도 지난 7월 생긴 '갤러리아포레 통째 정정' 사태로 인해 공시가격 산정 신뢰성 논란은 물론 산정 근거에 대한 '깜깜이' 논란에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이에 정부와 감정원의 공시가격 산정과 관련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법 개정이 봇물을 이뤘다.

감정원도 '깜깜이' 산정에 논란에 대응해 최근 몇 년간 지리정보시스템(GIS) 등 각종 전기전자(ICT) 기술을 활용해 공시가격의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 토지의 경사, 형상, 방위, 도로접면 등을 자동으로 산출하고,공동주택도 층별 효용비나 향, 조망, 소음, 기타 등 위치별 효용비 등까지 정량화하는 시스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사자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조사결과를 일관성 있게, 그리고 객관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하지만 첨단기술이 신뢰성을 보증해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이 크고, 공시가격 산정에 명확한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많다.

최근에는 "우리 단지는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는데 왜 공시가격은 올랐나", "같은 동인데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심하나", "옆집이 우리 집보다 더 큰 데, 왜 공시가격은 우리 집이 더 높은가"하는 민원인들의 불만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에 앞서 접수하는 의견청취는 2만8735건이 들어와, 전년(1290건) 대비 22.3배 늘었고, 발표 이후에도 이에 납득하지 못한 집주인들의 이의신청이 봇물을 이뤘다. 김태훈 공시통계본부장은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민원 소요도 늘면서, 민원인들을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은 이날 행사를 통해 "올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검증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특히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오류 논란과 관련해서도 "오류의 30%가량은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면서 지자체에서 부동산 공부(공적장부) 수정에 나서지 않고서는 문제가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공시가격의 신뢰성 문제는 앞으로도 많은 정책 수행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나 상속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 산정, 기초연금·기초수급대상 등 복지 체계 등까지 60여 개 행정목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올해부터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공시가격은 큰 폭의 상승이 불가피하고, 그 결과 국민들은 불만도 크게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국토부는 표준주택 공시가격 의견청취에 앞서 이르면 내주께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도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대책에는 과학적 부동산 조사체계 구축, 산정오류 검증체계 강화 등과 공시가격 산정기준 구체화, 산정근거 공개 확대 등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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