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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값 인상에 가격 올린 오비맥주, 알고보니···

입력 2019.12.06. 15:34 댓글 0개
중국산 맥아 쌀 때 수입하고도 카스 등 국내 맥주 가격은 올려
중국산 맥아 수입가격 추이와 맥주가격 조정 시점 맞아 떨어져
수출용만으로는 소진못 할 대규모...국내용에 사용 가능성 높아
오비맥주 "가격인상 요인 아냐" 업계 "맥주원가 대부분이 맥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오비맥주가 ‘카스’를 포함한 국내 생산 맥주에 중국산 맥아를 써 원가를 줄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산 맥아가 쌀 때 들여와 맥주 가격은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6일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맥아 수입량은 2016년 10톤(t)에 불과했다. 이후 2017년 1112톤, 2018년 2만8152톤으로 3년 새 무려 281%나 증가했다.

중국산 맥아를 원료로 사용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오비맥주가 유일하다. 따라서 수입된 중국산 맥아 대부분을 오비맥주가 들여다 썼다는 얘기다.

오비맥주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되는 제품에 중국산 맥아를 썼다고 주장하지만, 연간 맥주 판매량과 오비맥주의 국내 시장 점유율(추정치 60%)을 고려하면 대표 품목인 ‘카스’에도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업계는 오비맥주가 중국산 맥아 수입을 꾸준히 늘려가는 방식으로 물류비 등 원가를 줄여 매출과 영업이익 등 수익을 불린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오비맥주가 영업이익 극대화를 위해 중국산 맥아 가격 추이에 맞춰 국내 가격을 조정한 정황도 포착됐다.

원가가 감소하면 가격을 유지해 수익을 증대시키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비맥주는 중국산 맥아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 ‘카스’ 가격을 올렸다.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과 오비맥주의 가격 조정 시기가 맞아 떨어진다.

중국산 맥아의 톤당 추산 가격은 2016년 600달러에서 2017년 410달러로 31% 감소했다. 오비맥주가 국산 맥주 출고가를 올린 시점은 이 기간인 2016년 11월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의 출고가를 6% 인상했다.

또 중국산 맥아 가격은 지난해 403달러에서 올해(10월 기준) 446달러로 올랐다. 해당 기간인 지난 4월 오비맥주는 카스 등 주요 맥주 출고가를 평균 5.4% 올렸다. 이후 중국산 맥아가격이 오른 10월에 가격을 원상 복구했다.

오비맥주는 2016년과 올 4월 가격 인상 당시 “주요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오비맥주의 설명과 달리 오비맥주가 2017년 할당관세 폐지로 수입가가 높아진 호주·캐나다 등에 비해 관세나 물류비 등이 덜 드는 중국산을 써 비용을 낮추면서도 출고가를 올린 것은 수익 확대를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오비맥주의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세다.

오비맥주는 2016년 매출 1조5453억원, 영업이익 3723억원(영업이익률 24.1%)을 기록했다. 2017년에는 매출 1조6635억원, 영업이익 4940억원, 영업이익률은 29.7%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매출 1조6981억원, 영업이익 5145억원, 영업이익률 30.3%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중국에서 들여온 맥아의 원재료인 보리는 캐나다·호주산이고 재맥 기술이 앞선 중국에서 맥아로 만들어 이를 수입한 것”이라면서 “카스 등 국내용 맥주에는 사용 비중이 적고 대부분 ‘블루걸’ 등 중국 수출용에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수입식품 공개자료 사이트인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지난해 1년간 총 168회 맥아를 수입했다. 이중 40회는 중국이다. 중국 수입처 중 31회로 가장 많은 물량을 허베이에 위치한 슌타이몰트에서 수입했다. 슌타이몰트에서만 오비맥주가 지난해 수입한 맥아는 연간 약 7억 병의 맥주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맥아 1톤당 맥주 2만6000병(300㎖)을 생산할 수 있다. 2018년 수입된 맥아는 2만8152톤으로 7억3000만병 정도가 제조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10월까지)도 3만987톤이 수입됐다. 이는 8억50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오비맥주의 연간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약 10%다. 이 물량을 전부 수출물량으로만 소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오비맥주 측은 중국산 맥아 가격과 국내 맥주 출고가 인상과의 연관성에 대해 “가격 인상 요인은 원재료 외에도 많은데 중국산 맥아의 국내용 맥주 사용 비중이 출고가를 조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기타 경비나 인건비 등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맥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맥아 등 원재료”라면서 “중국산 맥아 유입량이 눈에 띠게 증가했는데 가격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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