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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찾아 美 때린 中 왕이···미중 패권 전쟁 속 커지는 '선택 압박'

입력 2019.12.06. 06:00 댓글 0개
왕이, 4~5일 방한 일정 끝나…5년6개월만 공식 방한
韓中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관계 정상화 '공감'
美 겨냥 "패권주의, 일방주의 세계 평화 위협" 경고
한중 관계 해빙 속 '중국이냐 미국이냐' 선택 압박
관계 개선 지렛대 삼아 韓 포섭하려는 의도 관측도
지소미아, 방위비 협상 갈등 한미 간 틈새 파고들어
전문가 "韓, 패권국가 사이에서 어려운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악수하고 있다. 2019.12.05.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5년6개월 만에 한국을 공식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행보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얼어붙었던 한중 관계가 해빙 기류를 보이고 있다. 양국은 외교당국 간 고위급 교류를 시작으로 경제, 환경, 관광, 인적교류,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 확대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관계 정상화에 첫 걸음을 뗐다는 평가다.

다만 왕이 국무위원이 미국을 겨냥해 이틀 내내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낸 것은 걸림돌이다. 한국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함께 들고 온 셈이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은 또다시 난처한 상황에 부딪혔다는 우려도 나온다.

◇韓中 "가까운 이웃이자 친구"…관계 정상화 '공감'

왕이 국무위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초청으로 지난 4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찾았다. 이는 지난 2014년 5월 이후 5년6개월 만에 공식 방한이다. 지난 2015년 10월에는 한·중·일 정상회의 당시 리커창 총리의 방한을 수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사드 갈등이 불거진 후 중국 외교수장이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사드 갈등 이후 악화된 한중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인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 조치)' 철회를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한·중 교류 활성화에 뜻을 같이 한 셈이다.

이를 위해 양국 외교당국간 주요 대화체를 활발히 가동하고 신설키로 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한중 인문교류촉진위 및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하고, 해양사무협력대화(국장급)도 신설키로 했다. 또 한중 청년외교관 교류 사업 등과 같은 양측간 교류 활동도 활발히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일 오후 한중 우호 오찬회가 열린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의 건배제의에 잔을 들고 있다. 2019.12.05. amin2@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 간의 긴밀한 대화와 협력은 동북아의 안보를 안정시키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한 상황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달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해서도 "양국 간의 대화와 협력이 더욱 깊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왕이 국무위원은 "중국의 교역의 전면적 심화와 개방 확대에 따라 중한 관계는 더 넓은 발전 공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시장 개방을 통한 한중 관계의 발전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이 제안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은 한중 관계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왕이 국무위원은 내년 상반기 한국 초청에 따라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의 마지막 방한은 2014년 7월이었으며, 내년 방한이 성사되면 6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시 주석 방한은 진일보한 한중 관계 개선의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라며 "시 주석의 방한에는 서로의 성과가 있어야 한다. 방한이 성사된다면 한중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요인들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와 이해가 나타났다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한중 관계의 진일보한 개선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회담 전 대화를 하고 있다. 2019.12.04. photo@newsis.com

◇美 겨냥해 "패권주의, 일방주의가 세계 평화 위협" 강공

다만 왕이 국무위원이 방한 내내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미중은 무역 갈등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이 '홍콩 인권법', '위구르 인권법' 승인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왕이 국무위원은 외교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현재 세계의 안정과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은 일방주의가 현재의 국제 질서를 파괴하고, 패권주의 행위가 국제관계의 규칙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정재계 인사들과 오찬에서는 "온갖 방법을 써가며 중국을 먹칠하고,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고, 중국을 억제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도 있고 강권정치의 오만도 있다.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의 부흥은 역사의 필연이고, 중국의 발전은 인민의 선택이며 가면 갈수록 더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을 향한 압박이라는 점이다.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포섭하려는 의도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에 이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놓고 불거진 한미간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이 한국의 신남방 정책을 고리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발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신남방 정책의 연계 강화를 통해 미국 견제를 꾀하고 있다. 실제 왕이 국무위원은 정·재계 인사들과 오찬에서 일대일로 구상과 한국의 발전전략에서 협력 방안을 찾고, 높은 수준의 정치적 상호 신뢰와 다자 협력을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을 적극적으로 포용하고 관계를 정상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신남방과 일대일로가 겹치고, 인도·태평양 구상에 직접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미 동맹에서 한국을 린치핀(핵심축)이라고 지칭하는 등 패권국가 사이에서 어려운 위치에 처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전 기념촬영을 한 뒤 자리를 안내 하고 있다. 2019.12.04. photo@newsis.com

◇"韓, 선택의 압박에 시달릴 수도"

한편 왕이 국무위원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전달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왕이 국무위원은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에 대해 중국이 걱정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건 미국에 물어봐야 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직자는'INF탈퇴나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는 동북아 정세 논의 시 포함됐느냐'는 질문에 "정세 논의는 했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 번영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라고 답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왕이 국무위원이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들고 온 것 같다"며 "사드 배치 이후로 한중 관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와 함께 시진핑 주석 방한 등과 같은 당근을 보여주면서 사드 배치보다 중요한 미국의 중거리 핵미사일 배치 등과 관련해 중국의 요구를 강하게 압박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미중의 전략적 경쟁 구도가 치열해질수록 한국은 지금과 같은 정책적 선택의 압박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지금까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중으로부터 더 큰 압박과 신뢰 손상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다만 이것이 미·중 사이의 선택이라는 선입관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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