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장휘국 교육감 탕탕절 유감

입력 2019.12.05. 17:15 수정 2019.12.05. 17:33 댓글 0개
서충섭의 무등의 시각 무등일보 사회부 차장

비록 한 달 전의 일이지만 할 말은 해야지 싶다. 한 달 전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은 '탕탕절' 게시글을 SNS에 올렸다가 지적하는 기사들이 잇따르자 내렸다. 글의 내용을 볼작시면 '오늘은 탕탕절. 110년 전 안중근 의사께서 일제 침략의 원흉 이토오 히로부미를 격살한 날. 또 40년 전 김재규가 유신독재의 심장 다카끼 마사오를 쏜 날. 기억합시다'는 내용이다.

글을 내린 것이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평생 현장에서 역사 교육을 했다는 장 교육감이 민주국가에서 독재자의 죽음을 기뻐할 이유를 밝히지 못한 것이 말이다. 박정희의 죽음은 평범한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정치진영을 떠나 다들 알다시피 박정희는 유신 헌법으로 종신 독재를 기도하고 의회와 언론 기능을 마비시켰으며 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1989년에야 다시 직접 투표권을 갖게 된다.

독재에 항거한 이들은 죽거나 죽을 뻔 했다. 김대중은 아무도 모르게 현해탄에 수장당할 뻔 했고 장준하의 죽음은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150여명의 동아일보 기자들이 해고당한 동아투위는 벌써 잊혀진 구문이 된 듯 하다.

그렇게 종신 집권을 기도한 독재자의 말로가 죽음이나 하야로 귀결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측근의 총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흉사가 아니더라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손에 이끌려 내려와 그간의 반란 행적부터 헌정 파괴에 대한 죗값을 재판받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혹여 박정희가 장기 독재를 후회하며 평화로운 민정 이양을 할 거라 기대한다면, 아서라. 죽기 전까지 그는 측근과 부마 사태 강경 진압을 운운하지 않았던가.

어떤 이들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으나, 그래서 미안한 말이나 박정희는 교육적으로도 본받기 온당치 않다.친일 장교에서 남조선노동당(남로당), 그리고 쿠데타까지 그의 행적은 일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무슨 수단을 써도 괜찮다고 어느 교육자가 말할 수 있겠는가.

박정희의 공이라고 치켜올리는 경제 발전 또한 그렇다. 얼마 전 방송에서 서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우리는 소모품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가가 발전해서는 안됩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빼앗아 포항제철소를 만들었다. 그렇게 어긋난 한일협정의 그림자는 아직도 우리 시대를 드리우며 외교 갈등을 낳고 있다.

전태일은 하루 16시간을 일한다며 스스로 불을 붙였다. 사람을 갈아넣은 경제발전의 공이 온전히 박정희의 것이라는 말은 개인 숭배다. 이를 이유로 과를 외면하는 것도 바르지 않다.

박정희를 앞세우는 이들은 교묘한 말로 일본 식민 지배와 독재까지 정당화하려고 한다.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평소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던 하태경 의원에게도 섭섭하다. 그는 '탕탕절'이라고 말하면 "좌파일베다"고 했는데, '탕탕절'은 중력절(노무현의 자살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이나 폭동절(5·18을 비하하는 일베 용어)을 미러링한 저항 단어다. 2013년께 일베 등지에서 민주화인사들에 대한 반감으로 중력절과 폭동절 용어가 일상처럼 쓰였다.

이처럼 반인륜적이고 참람된 모습에 부들부들 떨던 진보 네티즌들은 2015년 비로소 '탕탕절'을 개발해 반격에 성공했다. 결국 '중력절'이나 '폭동절'이 없었다면 '탕탕절' 또한 없었을 텐데 먼저 약올린 학생을 혼내지 않고 둘 다 혼내는 미운 선생 같다.

역사 인식은 결코 개인의 취향이 될 수 없다. 공동체의 발전에 부합하지 않는 역사 인식을 가졌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지적하고 고쳐줘야 한다. 점잖은 사회지도층분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인터넷이나 게임 속, 일상에서도 전라도와 5·18 조롱은 현재 진행형이다. 직접 겪어봐야 알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단어 못 외면 걸레 자루로 맞던 과거가 그립더라도, 우린 결코 돌아갈 수 없다. 그 시대는 '강제'로 살던 시대였고, 지금은 대화와 설득으로 살아야 하지 않나.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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