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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망계약 가이드 잠정안 공개···해외 CP 무임승차 개선 실효성은 '글쎄'

입력 2019.12.05. 11:50 댓글 0개
오늘 공청회 후 연내 확정 계획…제정 후 한 달 뒤 시행

[서울=뉴시스] 이진영 기자 = 국내와 해외 사업자 간 망 이용료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잠정안을 공개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이 망 이용 계약을 차별적으로 체결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구속력이 없고 문구가 모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망을 제공하는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 모두 반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14개 조항으로 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이같이 공개했다. 인터넷망 이용 계약에 관한 원칙과 절차 등을 제공해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해 인터넷 생태계가 상생 발전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간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통신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ISP)에 수백억원에 이르는 인터넷망 이용료를 냈지만 해외 업체들은 무임승차를 해 역차별 논란이 꾸준히 제기됐다. 또한 국내 CP에 더 불리한 조건으로 망 이용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국내 CP에 비용 부담뿐 아니라 콘텐츠 경쟁력을 낮추는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망 이용 가이드라인을 준비해왔으며 이날 공청회에 잠정안을 발표했다.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연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후 1개월 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 '비차별적으로 망 이용 계약 체결 위해 노력해야'라고 명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주요 내용을 보면 '계약의 규모, 내용 등이 유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을 비차별적으로 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명시했다.

또 '이용계약 당사자는 본인이 체결한 다른 이용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인터넷망 이용 조건을 요구하지 않는다'라고 적시했다.

계약의 불공정행위 여부는 ▲인터넷망 구성 및 비용부담 구조 ▲콘텐츠 경쟁력, 사업 전략 등 시장 상황 ▲대량구매·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유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제3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그 대가 산정에서 고려한 요소와 산정방식 등 4가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기준을 세웠다.

가이드라인은 또 'CP 등은 자신의 책임하에 있는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 변경,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콘텐츠 이용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라고 서술했다.

◇콘텐츠사업자 제정 반대 성명 발표…통신사 애매 문구에 반발

이런 가이드라인에 CP와 ISP 모두 불만이다. 실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이날 공청회 후원기관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구했다.

ISP는 망이용대가 산정 등 구체적인 기준을 담았으면 했지만 '현저하게' 등 추상적 문구로 작성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권고 사안에 그치는 상황에서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가 얼마나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현재 해외 CP들은 정부, 정치권 여론 등의 압박에도 해외에 본사가 있다는 점과, 서비스의 높은 인기를 이용해 ISP에 망 이용료를 일부만 내거나 거의 안내고 있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이에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본사 보고까지는 모르겠으나 구글, 페이스북 등이 해외 CP가 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해 굉장히 많은 발언을 했다"라고 전했다.

반면 국내 CP들은 방통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CP들을 중심으로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국내외 CP 간의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심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할 갈라파고스적 망 이용 가이드라인 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발표했다.

인기협은 또 "가이드라인은 그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실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역차별을 가중시킬 것이며 CP와 통신사 사이의 갈등 관계를 고착화해 인터넷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군다나 방통위가 망 이용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는지를 점검하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반 과장은 "방통위가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는지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사업자가 스스로 잘 지켰으면 좋겠다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방통위 가이드라인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

방통위의 기본 입장은 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을 존중하고,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을 존중한다"며 "망 이용 계약은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실효성 비판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은 향후 망 이용 계약 분쟁 중재 시 법 해석 지침으로 활용하거나 관련 법령 해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정부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라고 반 과장은 말했다.

다만 방통위는 "이용자 피해 발생, 불공정 행위를 통한 시장 왜곡 등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제한된 상황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특히 이용자인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통신사, 콘텐츠 사업자 모두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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