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기고> 여러분은 요즘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9.12.03. 08:50 수정 2019.12.03. 15:59 댓글 0개
독자 발언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협동조합 이사장)

안녕(安寧)은 말 그대로 아무 탈이나 걱정 없이 편안한 상태를 뜻한다.사용된 어원이 불분명하지만 현재 한자문화권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만이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는 인사말인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의 힘들었던 삶을 막연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요즘 들어 누군가를 만나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말이 무심코 지나가는 말이 아닌, 상대와 나의 현 상태를 인사말을 핑계로 캐묻는 것 같아 목과 귀에 가끔씩 날카롭게 걸리는 것이 그만큼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자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하는 스트레스지만, 정신적·신체적 건강 모두를 해칠 정도의 강도로 몰아붙이는 최근의 그 압박은 이미 특정인 한사람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과의 갈등과 대내적으로 여, 야당이 양분되어 연일 치고 받는 상황은, 장기화된 국내의 경제 불황과 맞물려 애꿎은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타국의 만행에 가까운 폭력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의 정치·경제·사회와 관련된 수많은 갈등들은 애써 참아보려 해도 쓴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 농경중심의 사회였던 우리 민족은 특히 공동체 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국가와 사회가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마치 기적처럼 발휘되어 온 위대한 힘이었다.

하지만 농경사회의 특성을 띠며 유교적 교육(충·효·예 등)이 바탕 되어 하나의 동력원이자 축으로 유지되던 시스템이 무너지자, 대한민국은 '오직 나만의 안녕'을 외치는 편협한 사고가 만연한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모든 원인이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작금의 현실 바탕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은 부정 못할 사실이다.

작은 집단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바이지만, 작은 집단의 목소리가 그 사회를 좌우지 하는 것은 절대 지양해야하는 망국의 망상이다.

개인의 소득을 높여서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기업의 고용 및 투자 증대로 이어지게 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경제정책은 최저임금상승과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까지 부동산가격은 잡지 못했고,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체감물가는 임금상승폭보다 훨씬 더 올랐으며, 그에 따라 자영업자와 서민들의 삶은 더 피폐해졌다. 위축된 소비와 원자재상승의 악재 속에서 중소제조업체들은 무리하게 단가를 낮춰가며 과당경쟁을 하고 있다.

밤새 안녕이라고 매물로 나오는 공장과 문을 닫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어설픈 이론 수준의 정책들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국가 정책에 도입되었고, 이의 해결을 위해 과중한 조세정책으로 발현되었으며, 그 책임은 오롯이 기업과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더욱이 이런 어려움을 담보로 정치인들은 여전히 구태의 방법으로 동서와 남북, 보수와 진보로 편 가르기하며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과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이 시대의 지성이라 말할 수 있는 언론역시 한편에서 부화뇌동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필자가 기억하는 언젠가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중산층에 속한다고 했었다. 하지만 요즘 본인이 중산층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상대적 박탈감이 큰 탓인지, 실제로 그만큼 양극화의 골이 깊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많은 이들이 안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 혼자 안녕'이라는 편협한 사고로 출발하는 언어로 빚어진 수많은 불행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필자를 포함해 여러분 모두 자유로울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뜻을 올바르게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할 수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를 가슴에 품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2019년과 새롭게 시작될 2020년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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