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웃음이 필요해

입력 2019.12.02. 16:01 수정 2019.12.02. 16:04 댓글 0개
김현주 교단칼럼 광주인성고 교사
김현주

오래 싸우려면 끝까지 싸우려면 웃음이 있어야 한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자신의 싸움을 지지하던 희망버스를 골리앗 크레인 위에서 내려다 보며 들었던 생각이라고 한다.

지지난해 탄핵의 촛불 민주주의의 촛불을 천만이 넘는 국민이 들었던 광장을 보라. 웃음이 없었던들 우리가 그 계절이 세 번 바뀌도록 눈과 비를 함께 나누어 맞으면서 광장을 지킬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 당시에 일명 '하야송'이 등장했다.

'아리랑 목동'이란 노래에 가삿말을 바꾼 노래가 집회 때면 전국에서 불리곤 하였다. 막 촛불의 불길이 일기 시작하던 그즈음 어느 모임에서 이 '하야송'이 이번 집회에서 크게 유행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냈더니 한 회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하야'가 맞냐고, '퇴진'이 옳은 것 아니냐고. 그래 그 말이 정확할지는 모르나 국민과 함께 싸울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 국민과 시민은 '하야송'을 신나게 부르면서 대통령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웠고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웃음이 넘쳤던 촛불의 광장. 현실은 문제투성이었지만 미래에 대학 낙관과 믿음이 있어 우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우린 가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잘하는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최고의 단계는 즐기는 단계라고. 부정과 비리의 정권은 번져가는 촛불을 막기위해 노력하였다. 심지어는 계엄령을 내려서라도 막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집회를 '즐기는' 우리를 막지 못했다. 우리는 토요일을 기다렸으며 토요일 오후가 되면 자그마한 가방에 깔개와 피켓, 목도리 하나, 우의 하나 정도 챙겨서 광장으로 향했다. 참, 함께 웃고 즐기며 모금함에 넣을 돈을 조금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주 우리의 분노를 풍자와 웃음으로 승화시키면서 집회를 거의 '아트'의 경지로 끌어 올린 우리 국민이 늘 자랑스럽다.

예전엔 구호가 마이크나 메가폰을 쥔 자를 따라 외치는 것이었다면 이젠 중요 구호는 함께 외치지만 다른 구호에서는 집회 참가자가 자신의 바람을 외칠 수 있도록 한 것도 우리 모두가 집회의 주인임을 잊지 않게 하였다. 이처럼 웃음과 자발성이 넘치는 집회라 하여 우리가 슬픔과 분노를 잊은 것은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고 있는 유가족들과 함께 울며 별이 된 이들을 기억하였으며, 국정 농단 세력의 진실 왜곡과 역사 왜곡을 용서하지 않았다.

그렇게 촛불을 밝혀 새세상 새시대를 꿈꾸고 있지만 우리의 삶을 바꾸는 충분한 변화로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과거에도 그렇듯이 우리 사이에 의견은 다시 분분해지고 있으며 우리 안의 차이들에 더 주목하기 시작하였고 우리가 그토록 무너뜨리고 싶었던 세력은 다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누군 또다시 좌절하였고, 누군 여전히 기대를 붙들고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래서, 다시, 웃음이 필요하다. 웃음은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가장 좋은 감정표현이다. 또한 에코는 웃음이 두려움을 없앤다고 하였다.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있고 그 사이의 작은 차이쯤은 웃어넘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관계 형성과 연대에서 중요한 힘 중 하나다.

함께 연대하면서 함께 웃으면서 함께 분노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웃기기 위한 웃음만 넘쳐나는 사회가 아니라 저항하고 연대하기 위한 웃음을 잃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 모소대나무를 키우는 마음으로 지금 더딘 가시적 성장에 주목하기 보단 우리의 뿌리와 실력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하는 마음 자세를 2019년 마지막 달 12월에 생각한다.

'개그'라는 말에는 '사람을 웃기다'라는 뜻도 있지만 동음이의어로 '재갈을 물리다. 출판의 자유를 막다'라는 뜻도 있다. 그저 웃기 위한 웃음은 오히려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게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그 토요일의 밤 단단하게 빛나던 공감의 웃음, 저항의 웃음, 촛불 웃음이 나는 그립고 우린 아직 간직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최근 교육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