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18일 전남대 정문 모습, 사실 15일 촬영된 것"

입력 2019.11.27. 19:32 수정 2019.11.27. 19:32 댓글 0개
군 보안사 80년 5월 사진 공개
나경택 당시 전남매일 사진기자
"27일 돌고개 탱크도 내가 찍어"
최용주 연구원 신중한 검토 제안
"평화단원 원버그 모습 발견 의미"
26일 공개된 보안사 사진집을 통해 미네소타 대학을 졸업하고 광주에 파견된 평화봉사단원 팀 원버그의 항쟁 당시 모습이 발견됐다.

"어제 방송 뉴스를 보는데 깜짝 놀랐어요. 5·18 직후 보안사에서 가져간 내 사진들이 연거푸 등장하더라구요. 전국적인 관심 환기는 좋지만 짚을 건 짚어야지요."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매일 사진기자였던 나경택 전 연합뉴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그는 지난 26일 방송 뉴스를 보다 깜짝 놀랐다.

5·18 당시 시민으로 위장한 군인들이 찍은 사진이 39년만에 공개됐다기에 유심히 살펴보니 당시 전남매일 기자였던 자신과 중앙일보 이창성 기자 등이 취재한 사진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5·18이 발발하자 신문이 발간되지 못함에도 광주 곳곳을 돌며 사진을 촬영했다. 그들이 찍은 사진 일부는 지금도 5·18기념재단이나 5·18기록관에 보관될 만큼 자료 가치가 높다.

나 전 본부장은 그런 사진 중 일부는 보안사가 촬영한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며 설명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 중 하나가 5월 18일 당시 전남대 정문 모습으로 알려진 사진인데 15일 사진이라고 했다.

나 전 본부장은 "5월 15일 촬영한 전남대 앞 집회 사진이나 27일 돌고개에서 탱크가 이동하는 모습도 내가 찍은 것이다"며 "이후 신문사와 집에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6월 2일 신문제작 재개 이후 계엄당국이 찾아와 사진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는 밤 10시쯤 보안대가 집으로 찾아오기도 했다. 보안대 요원은 전두환 장군에게 보고할테니 사진을 전부 내달라고 했다"며 "꼼짝도 않고 사진을 지켜보는 그 모습에서 아마도 문제가 되는 사진이 있는지 찾으러 왔구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나 본부장은 "이번 사진 공개로 당시 신군부가 항쟁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했는지 정황이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며 "39년 전 수집한 사진도 보관되고 있는 걸 보면 다른 자료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용주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도 이번 공개된 사진 자료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제안했다.

최 연구원은 "5월 18일의 경우 비상계엄 확대와 휴교령으로 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 학생들이 교문 안에 있는 장면이 나올 수 없다"며 "영문 모르는 사람들은 이 사진을 보면서 5월 18일에 학생들이 폭력시위를 치밀하게 계획해 '광주사태'가 발생했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우리 잘못이기도 하다. 전남대 정문 앞 사적지 설명도 18일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바로잡아야 한다"며 "또한 이번 사진에서 미네소타 대학을 졸업하고 광주에 파견된 평화봉사단원 팀 원버그의 새로운 모습이 발견됐다. 그가 1987년 발표한 최초의 5·18 영어 논문은 자료 가치가 높다. 이처럼 당시 풍경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이번 자료 공개의 의미라 하겠다"고 밝혔다.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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