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문화전당 복원 기대보다 우려 크다

입력 2019.11.27. 18:55 수정 2019.11.27. 19:21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그곳에 가면 광주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까" 광주를 방문한 주한 프랑스 대사와 프랑스 국회의원 일행에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방문을 권유했을때 돌아온 질문이다.

국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중인 이들은 부러 광주를 찾아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문화전당이 1980년 광주시민들이 부정한 세력에 끝까지 맞섰던, 아름다운 자치공동체와 광장 민주주의를 선보였던 공간이라는 사실에 적이 놀라는 모습이었다.

외국 방문객을 만나며 전당의 또 하나의 얼굴을 새삼 되새긴다. 역사공간으로서 전당. 그동안 광주시민들은 전당의 한면에 치중해왔던 측면이 크다. 예술작품 창·제작 공간으로 빼어난 예술작품을 통해 세계인의 발길을 붙들자는. 해외 유명 복합문화공간들을 벤치마킹하며 수없는 제안과 애정하는 비판도 넘쳐났다. 옛 도청일원 건물의 보존과 복원 논란으로 민주평화교류원 출범이 늦은 탓도 있지만 문화예술 공간의 얼굴만 논의돼온 것이 사실이다.

문화예술과 역사, 두 개의 얼굴

문화전당은 문화공간인가. 그렇기도 하지만 아니기도하다. 세계 문화사에 유례가 없는 새로운 길이다.

어느 문화공간도 이같은 역사적 연원을 지닌 곳이 없다. 결이 다르다. 문화전당 모델로 너무나 잘 알려진 프랑스 퐁피두센터, 맥락과 차원이 다르다. 퐁피두센터는 쇠퇘해가던 파리 보브르 지역을 문화로 살려내기 위한 시도다. 도시재생 차원에서 추진됐다. 센터 개관 후 그 일대는 살아났고 오늘날 세계적 관광 명소가 됐다. 역사공간을 살펴보자. 독일 홀로코스트 뮤지엄이나 헝가리 부다페스트 민중 봉기기념관 등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공간들 중 예술작품을 창·제작하는 곳은 없다. 역사적 장소를 기념하는 기념비적 건축물들이다. 문화예술이 결합된 박물관적 성격이 강하다.

문화전당은 다르다. 공간적으로 1980년 광주민중항쟁의 심장부다. 당시 역사적 건축물이 남아있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이다. 적어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문화공간이나 역사공간에서는 찾을 수 없다. 역사 공간으로서의 의미에 이를 예술작품으로 승화하고, 대중과 호흡해가는 두가지 과제, 두 얼굴을 요구받는 것이다. 5개원 중 4개 원이 문화예술적 역할을, 민주평화교류원이 장소적·역사적 역할을 맡아가는 거다.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설계용역 착수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복원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옛 전남도청을 비롯한 이 일대 건축물을 복원해달라는 광주시민사회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문제는 다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공간을 옛 모습 그대로 보전하는 최소 개조의 길이 최선의 선택일까?"

민주평화교류원 운영 설계에 참여했던 고려대 최호근 교수가 그의 저서 '기념의 미래'에서 던진 질문이다. 홀로코스트와 제노사이드, 기념문화의 비교연구 등에서 독보성을 자랑하는 그이기에 질문이 가볍지 않다.

원형 복원 넘어 미래로 가야

굳이 그의 책을 꺼내 든 이유는문화전당의 내일에 대한 기대와 그보다 더 큰 걱정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원형복원'이 자칫 콘텐츠에까지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건축물 복원 후에는 옛 1980년 현장상황을 그대로 베껴다 놓으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문화계에 팽배해있고 그 대열에 필자도 서 있다.

1980년 당시의 재현, 박제화는 자칫 세계인의 발길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박제화된 공간을 누가 찾으려 들겠는가 라는 걱정이다. 광주시민들이야 회한에 젖어 잠시 위로를 받을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세대가 떠난 후 누가 알아보겠는가. 잠깐의 내 위로를 위해 세계인의 발길을 막아버리는 꼴이 된다는 기우다.

세대를 넘어, 공간을 넘어 세계 어느나라 시민이 찾더라도 이 곳에 들어서면 숙연해지고 깊은 울림을 가져갈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이자는 거다. 세계인과 호흡하고 공감해야할 공간이어야한다는거다. 적어도 역사적 측면에서 베를린의 유대인 박물관이나 부타페스트 민중봉기기념관 같은 정서를 만들어내자는 거다.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은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추모 공간이다. 굳이 설명이 없어도 숙연한 마음이 절로 든다. 전시된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복원은 왜 하는가, 무엇을 위해. 냉정하게 생각해야한다. 넘치는 우리의 사랑이 혹여 5월을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한다. 지금이 기회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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