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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밝힐까' 5·18 연구진, 보안사 사진 의미 분석

입력 2019.11.26. 18:28 댓글 0개
보안사령부 생산 사진첩 13권, 1769장 39년만에 공개
5·18기념재단 연구진, 촬영자·관리 등 정밀 분석키로
정권 찬탈 명목 확보 위한 거짓 정보 흘린 공작 규명
"연출·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 다수, 폭도로 왜곡"
"신군부 세력의 그릇된 시각을 재입증하는 계기될것"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가 촬영·수집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2019.11.26.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신대희 기자 = 5·18민주화운동 전문가들이 39년 만에 공개된 보안사 생산 사진의 의미를 분석하는 연구에 나선다.

1980년 5월 당시 무력 진압과 정권 찬탈의 명목을 확보하기 위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의 진압 활동과 공작 경위, 왜곡된 시각을 밝히는 단서가 될지 주목된다.

5·18기념재단은 26일 재단 산하 5·18진상규명 자문위원회가 '보안사령부 생산 사진첩 13권(1769장·중복포함)'을 연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한 사진 1769장의 의미와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실제 촬영자, 관리 경위, 사진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 압수 가능성 등도 분석키로 했다.

사진첩에는 1980년 5월 광주항쟁 당시 군이 정보활동을 목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거나 채증·수집한 사진이 담겨 있다.

▲계엄군의 잔혹한 진압 모습 ▲계엄군에 의해 숨진 희생자들 ▲군이 헬기를 통해 선동하는 모습 ▲날짜·시간대별 군 정훈 활동 ▲정권 찬탈을 목적으로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개요를 작성한 수기 등이 포함됐다.

5·18 연구진은 보안사의 사진이 '헌정을 유린한 권력에 저항한 광주를 폭동의 도시로, 광주시민을 폭도로 기록한 군의 그릇된 시각을 재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군은 사진첩에 '사살된 폭도들' '폭도들을 검거 중인 계엄군' '폭도들의 광란' '난동자들' 등이라고 기록했다.

당시 보안사가 운영한 '편의대'가 광주에 투입돼 연출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들(장갑차 탑승 시위대 등)도 나왔다.

'편의대'란 사복 차림으로 첩보·정보 수집·선동 등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를 뜻한다.

편의대는 장갑차·무기 탈취, 지역 감정 조장, 시위하던 시민 상대 모략·교란 등을 벌였다.

편의대는 전두환이 지원한 가발을 쓰고 자극적인 시위 장면만 골라 촬영(일명 폭도공작용 사진)하고, 악성 유언비어를 퍼뜨리는데 일부 민간인도 포섭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보안사가 촬영·수집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박지원 의원실 제공) 2019.11.26. photo@newsis.com

시민들이 '보안목표'로 지정돼 특별 방호시설을 갖춘 방산업체에서 장갑차를 탈취하지 않았고 실제 장갑차를 몰 수 없었던 만큼 편의대의 조작된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계엄군의 만행은 각종 군 기록물(전교사·보안사 발간 등)과 보안부대 관련자의 증언이 뒷받침하고 있다.

복면을 하거나 각종 무기를 옆에 두고 찍은 사진도 편의대 등 군이 연출했을 것으로 5·18 연구진은 분석했다.

전두환이 국가권력을 강점하는 데 필요한 절차였던 '민주 재야 인사들의 재판 사진(군 촬영 유력)'도 최초 공개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김대중 내란 음모 수기도 사진으로 나온 만큼, 신군부가 5·18 항쟁을 김대중 배후 조종과 불순분자들이 일으킨 난동으로 매도하고 국난극복의 영웅으로 미화한 정황을 규명하는 데도 도움이 될지 살펴볼 방침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신군부 세력은 무력 진압과 정권 찬탈을 정당화하기 위해 5·18 항쟁을 불순한 성격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해야만 했고, 항쟁 발발 동시에 국가폭력과 항쟁을 왜곡·폄훼하는 조작을 시작했다. 이번 사진을 면밀히 분석하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사진첩을 공개했다. 안보지원사는 최근 정보공개심의위를 열어 해당 사진을 공개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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