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독일문화원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입력 2019.11.25. 18:37 수정 2019.11.25. 18:38 댓글 0개
조덕진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독일 문화원이 아시아에서 전개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의 한국 전시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인다.

내년 2월23일까지 장장 석달 동안 선보이는 '이주 서사(Migration: Speaking Nearby)'전 이야기다. 독일 문화원과 ACC, ACI 협력전으로 전개되는 이 전시는 광주를 비롯해 서울, 베이징·홍콩·울란바토르·타이베이·싱가포르·방콕·자카르타 등 9개 도시 기획자들이 각국의 이주 문제를 작품으로 제시한다. 독일문화원이 아시아에서 수년 동안 전개해온 프로젝트로 앞서 베이징과 몽골 울란바토르, 홍콩에서 선 보였고 이번이 마지막 무대다.

이 전시는 여러 가지 생각과 질문을 던진다.

이 전시에는 소위 '자국 문화의 우수성'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여유가 있다. 사회적 현안을 예술을 통해 탐색하되 철저히 현지인의 시각, 현지인의 언어로 발언하는 열린 무대다. 단타성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탐색하는 여정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 전역을 순회하면서 한국 무대로 수도가 아닌 광주를 선택했다. 정확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선택했다.

그들은 왜 '이주'를 주제로 택했으며 그것도 2-3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각국을 찾아가며 예술을 통한 사회적 논의를 전개하는가. '이주'는 정치·사회적 난민에서 경제적 이주, 결혼 이주 등 현대사회의 한 단면이다. 독일이 난민 이주로 사회적 갈등을 겪고 있다면 한국은 결혼 이주에 따른 가정·교육 문제등이 사회적 현안으로 부상해 있다. 중국 농민공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이주는 심각한 현실이다,

전시가 인상적이다. 주제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주제를 논의한다. 9개 나라 큐레이터들이 각각의 질문과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숙의한다'라고 할만하다. 독일 문화원은 이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이 전시가 일회성이 아니라 2-3년의 장기프로젝트라는 점이다. 한 주제를 가지고 긴 호흡으로 현지주의로 '들어보는' 거다.

당사자주의가 갖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객관성을 담보하는 방식, '곁에서 말하기(speaking nearby)'는 결국 '듣기'와도 다르지 않다.

이번 전시는 향후 ACC가 나가는 길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법하다.

아직 시작은 못했지만 향후 문화전당이 전개할 문화 ODA의 모습을 미리 상상해본다.

ACC가 아시아 예술가들에게 논의의 장을 제공하고 그들의 시선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 '만' 하는거다. 그러면 그곳에서 일반 대중은 들여다보지 못한, 아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감춰졌던 깊은 상처를 끌어올려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할지도 모를 일이다.

좀 결을 달리해서 누구라도 광주에서라면 다양한 예술적 상상과 실현이 가능하다면, 그리하여 감각있고 역량있는 아시아 예술인들이 오고싶은 도시가 된다면야…. 그럴때라야 광주라는 도시가 아시아에 가장 핫한 도시일 것이고 예술인들이 북적이는 그 도시는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고 나아가 눈에 보이지 않는 놀라운 경제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눈에 보이는, 손에 쥘 수 있는 대표 콘텐츠를 육성하는 일과 함께 사람들이, 무엇보다 예술인들이 몰려드는 도시로 만들어가는 노력도 뒤따라야한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전당이 어디로 나아갈지 다양한 길을 수없이 생각해야하는 계절이다. 지금은 그럴때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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