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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따기체험은 제주도에서? 영암에서도 가능!

입력 2019.11.22. 11:06 댓글 0개
영암 꽃따리 귤 체험 농장
▲ 영암 삼호에 있는 오감키즈어린이집 아이들이 꽃따리농장을 찾아 귤 따기 체험을 하고 있다

귤나무 500여 그루가 줄을 맞추고 섰다. 가지마다 탐스러운 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들이 땅에 닿을 듯 말듯 위태롭다.

10시가 되자 어린이집 차량이 줄지어 도착한다. 조용하던 농장이 아이들로 북적인다. 모두 들뜬 표정이다. 

“지금이 (귤이)가장 맛있을 때입니다. 귤을 잡고 잡아채면 상처가 생겨버려요. 반드시 가위로 꼭지를 바짝 잘라주세요. 위험하니까 아이에게는 가위를 맡기지 마시고 선생님께서 따는 걸 도와주세요.”

주인장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곧바로 귤밭으로 향한다. 아이들이 앞장서고 선생님이 울레줄레 뒤를 따른다.

“와! 귤이다.”

노랑 물결을 이루고 있는 농장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진다. 아이들은 귤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 모양이다.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가며 귤을 따는 아이들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커다란 바구니에 금세 노란 귤이 가득 찬다. 

귤 따기도 잠시, 한데 모여 오구작작 거리고, 귤나무 사이를 누비며 숨바꼭질도 한다. 사진도 찍는다. 모두 되룽되룽 신이 났다. 어느새 2640㎡ 하우스 안이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거린다.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요. 귤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고요.”

영암 삼호읍에 있는 오감키즈어린이집 원장의 말이다. 영암군 미암면 선황리에 있는 ‘꽃따리농장’의 한낮 풍경이다. 독천터미널에서 멀지 않다.

▲귤을 따 바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귤 따기 체험 전용 농장

꽃따리농장은 귤 수확 체험 전용농장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골이다. 이날 오전에만 오감키즈어린이집을 비롯해 5개 어린이집 60여 명이 농장을 찾아 귤따기체험을 했다. 주말엔 가족 단위 체험객도 많이 찾는다. 

“주산지인 제주보다 온도가 조금 낮다는 것 빼고는 귤 재배에 문제가 없습니다. 환경은 더 좋아요. 맑은 날이 많아 일조량 좋죠. 무엇보다 토질이 달라요. 제주는 척박한 화산토지만 영암은 옥토잖아요. 맛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농장주 김선학(69) 대표의 자랑이다. 귤 하나를 따 입안에 넣었다. 향이 상큼하고 새콤한 맛이 그만이다. 달보드레한 맛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입이 때 아닌 호사를 누린다.

“귤을 수확해 시중에 팔지 않아요. 가격 경쟁력에서 제주 귤을 따라갈 수 없으니까요. 해서 체험용으로만 가꿉니다. 소득도 좋고, 부족한 일손도 덜 수 있어 일거양득이죠.”

김 대표의 말이다. 체험비는 5000원. 농장에선 귤을 따 마음껏 먹을 수는 있다.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 1kg이다. 

▲귤 따기 체험은 가위로 꼭지를 잘라야하기 때문에 어른이 도와줘야 한다.

연중 체험 가능한 농장 만들 터

김 대표의 전공은 벼 육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10만 상자가 넘는 벼 육모를 생산했다. 논 330만㎡에 모내기를 할 수 있는 규모였다.

“농협이 육묘사업에 진출하고, 육묘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체적으로 육묘를 해결하는 농가가 많아지더라고요.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고 판단했죠.”

다른 사업을 고민했다. 손품이 적게 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주위 권유를 받아 딸기 농사를 시작했다. 육묘장을 그대로 살려 딸기를 심어 출하했다. 끝물엔 아이들에게 딸기밭을 개방했다. 

체험장 운영으로 거둔 수입이 예상외로 쏠쏠했다. 많은 일손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아이들이 꼭지만 베어먹고 던져버리고, 손가락으로 눌러 못쓰게 만드는 단점도 있었지만, 나같이 나이 먹은 사람에겐 딱이더라고요. 근데 체험기간이 짧다는 것이 흠이었어요. 가을까지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체험에 매료된 김 대표는 체험 전용농장을 가꾸기로 결심하고 가을에도 체험할 수 있는 작목을 찾았다. 귤이 맞춤이었다. 제주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희귀성이 맘에 들었다.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짓는 지인에게서 농사법을 배우고, 묘목을 가져와 심었다. 나무를 높이 키우지 않고 바닥에 닿게 키웠다. 주 고객인 아이들을 위함이었다. 진딧물과 응애, 잡초를 제거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귤 재배는 어렵지 않았다. 퇴비를 듬뿍 주고 배수 관리만 잘해주면 만사형통이었다. 난방비도 걱정 없었다. 하우스 가림막 하나면 충분했다.

내년에는 극조생종을 심어 체험기간을 늘릴 예정이다. 애플 수박도 심을 계획이다. 여기에 취미로 가꾸고 있는 야생화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원예치료사 자격도 땄다. 월출산 국화축제에서 야생화 전시회를 열어 호평도 받았다.

“옆 하우스에 300여 종류의 야생화를 가꾸고 있어요. 희귀종인 각시취를 비롯해 백동백은 물론 쑥부쟁이도 있죠. 머지않아 4000평(1만3200㎡)에 달하는 육묘장이 연중 체험이 가능한 자연학습장으로 변할 것입니다.”

영암군 야생화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한 김 대표의 말이다. 

체험문의 ☎010-4602-6913

▲야생화 체험장도 준비 중인 김선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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