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유홍준 "궁궐이 5개인 곳은 서울뿐···세계에 널리 알려야"

입력 2017.08.16. 17:24 수정 2017.08.16. 17:24 댓글 0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서울편’ 출간

“서울 5대 궁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모두 등재 못한 것 아쉬워”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세계 어디를 가도 5개의 궁궐을 가진 곳은 서울 밖에 없다. ‘서울이 궁궐의 도시’라는 게 관광의 캐치프레이즈가 되길 바란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68) 가재울미술사연구소장은 16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울편’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이번 서울편은 현장에서 건물을 보면서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자세하게 썼다”고 말했다.

“그간 궁궐에 대한 많은 책들이 나왔는데, 많은 책들이 건물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창덕궁을 중심으로 해서 궁궐을 보면 조선시대 국가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볼 수 있죠.”

1993년 처음 출간된 유 소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인문서 최초로 100만부를 돌파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부수는 380만부에 이른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번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수도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특유의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로 풍부하게 담아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서울편 1’은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의 구석구석 살피며 조선 건축의 아름다움,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서린 수많은 사연 등을 그윽하게 풀어낸다.

이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0: 서울편 2’에서는 서울의 옛 경계인 한양도성을 시작으로, 자문밖, 덕수궁과 그 주변, 동관왕묘, 성균관 등 조선왕조의 계획도시 서울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 왕부터 노비까지 한양에 살던 20만여명의 애환, 각 거리마다 건물마다 서린 수많은 사연 등이 담겼다.

“성균관의 경우에는 조선시대 지성의 산실입니다. 우리가 성균관을 너무 홀대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방에 가면 서원들은 그렇게 열심히 이야기하는데, 성균관을 거쳐가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율곡 이이 모두 성균관 출신이죠.”

특히 유 소장은 서울의 5대 궁궐(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본 교토는 ‘사찰의 도시’로, 중국의 소주(蘇州·쑤저우) 는 ‘정원의 도시’로 명성이 높습니다. 교토는 14개의 사찰과 3개의 신사를 함께 묶어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했고, 중국의 소주는 9개의 정원을 동시에 등재했죠. 우리나라도 서울 5대 궁궐을 한꺼번에 등재했어야 하는데, 창덕궁만 종묘와 함께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아쉽습니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으로 등단한 유 소장은 미술 평론가로 활동하며 민족미술협의회 공동대표와 제1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셔너 등을 지냈다. 이어 영남대 교수·박물관장,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장, 문화재청장을 역임했다.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정년퇴임한 후 석좌교수로 있으며, 가재울미술사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유 소장은 2008년 숭례문 화재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당시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혔다.

“문화재청은 지청이 없습니다. 문화재청이 다 관리하는 게 아니라 국보·보물에 해당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에 관리를 위임합니다. 서울시장과 중구청장이 관리 주체인데 그 때 상황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해봐야 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참여정부와 언론이 불편한 관계에 있었죠. 원없이 일하고 원없이 터지다가 사표를 내고 나갔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장 재임 시절 경험이 책을 쓰는데 도움을 줬다고 돌이켰다. “문화재청장을 3년 반 했기 때문에 미세하게 알 수 있었던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지식 공유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쓰다보니 어려워지고 뜻밖에 두꺼워졌네요. 읽는 사람이 얼마나 지루해할까도 생각했지만 사명감을 갖고 썼습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국내 최장수 시리즈 도서다. 이번 서울 편은 2권 합쳐서 약 8000부가 예약판매됐다고 출판사 창비 측은 전했다.

전 국토를 박물관으로 만들며 문화유산답사 붐을 이끌었던 유 소장은 “답사기와 함께 독자들과 나이를 먹었다”며 “이 땅에 태어나서 우리 문화유산이 갖고 있는 의미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왔다. 다른 사람이 내 책을 밟고 넘어서서 우리 문화유산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용 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유 소장은 “‘화인열전’(1·2) ‘완당평전’(1~3)을 절판시킨지 10년이 넘었다”며 “그간 새로운 자료와 논문들이 나와서 그것을 수용하기 전에는 책을 절판시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화인열전 개정판을 내고 여력이 된다면 추사 김정희 평전을 쓰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대해서는 “답사기가 갖고 있는 내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었다”며 “특히 서울, 경기도, 충청북도, 제주도에서 ‘우리 지역을 왜 안 써주냐’는 이야기가 많았다. 이제까지 쓴 것이 국토의 반인 것 같다. 진주·전주·강릉·경기도 등에 대해서는 쓴 게 아무 것도 없다. 언제 어떻게 답사기를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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