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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험생 문화생활과 공정(Equity)
입력 2019.11.18. 18:36 수정 2019.11.18. 18:37 댓글 0개'인간의 뇌는 태어날 때 별반 차이가 없다. 자라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뇌의 활성화가 달라진다'
고려대 김승석 교수가 자신의 한 저서에서 소개했던 외국 연구 논문 내용이 칼날처럼 기억을 파고든다.
살벌한 이야기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평등한 권리를 부여받아야하지만, 태어나는 순간부터 계급이 결정되는 시대다. 단순한 기회의 접근권 문제가 아니다. 소위 '능력'이라고 이해되는 뇌의 용량까지 부모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잔인한 현실이다.
이 잔인함이 수능 이후 수험생들에게 또 다른 방식으로 재현된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은 봉인이 해제된 판도라 상자나 다름없다. 전력질주했던 수능 시간표가 일시에 해제되면서 급작스레 던져진, 넘치는 시간에 자칫 갈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이 즈음에, 판도라 상자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들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시간들이다.
슬픈 것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또 다시 아이들의 수능 후 여건도 조정한다는 점이다. 어떤 아이들은 해외여행을 비롯해 국내외에서의 다양한 문화적 체험과 향유로 넘치는 시간들을 나눌 것이다. 다른 한편 건너편 아이들은 문화향유는커녕 생계에 내몰려 당장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더 불행한 일은 이같은 문화예술 활동이 단순한 취향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깊이 있고 풍부한 문화·예술적 자양분을 습득한 아이들의 심리적 여유와 깊이가 생계에 내몰린 아이들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취향이라고 하는 것이 기실 종래에는 문화적 계급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기기 어려운 문제다.
이 지역 수험생들의 수능 후 시간은 어떨까.
궁금함보다 먼저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수능 직후 문화체육관광부가 수험생을 위한 전국 문화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예술의 도시 광주의 수험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궁금했다. 시민문화예술 서비스를 수행하는 광주문화재단과 광주문예회관을 살펴봤다. 놀랍게도 수험생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은 없었다.
이 도시에서 문화복지는 언감생심인가.
무책임하기는 시·도 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책임지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죄책이 더 무겁다 하겠다. 문체부가 공모하는 정부지원 문화프로그램에 광주·전남 지역 고등학교 참여는 터무니 없이 적다. 일선학교 현장의 문제 인지, 시·도 교육청의 관심 부족인지 살펴봐야할 대목이다. 광주 시·도교육청의 문화복지 지수가 수준 이하이거니와 내면의 경쟁력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반증이다. 관심이 없거나 철학이 부재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이다. 성적, 소위 상위권 대학 진입 등 실적에만 급급하고 아이들의 미래 투자에는 나몰라라 한 것 아니냐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이쯤되면 민주·인권·평화라는, 이 도시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는 얼어죽을 처지다.
적어도 광주에서라면 공적영역에서 다양한 인문적 문화향유를 할 수 있는 틀이 마련돼야하지 않을까. 하여 이 도시에서라면 부모 여건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문화·예술적 세례를 받으며 마음의 풍족함을 채울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때라야 예술의 도시, 민주 인권의 도시라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일상에서 묻어나는 도시 정체성이야말로 진정한 도시경쟁력의 면면일 것이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국장
- [건강칼럼] 대화가 필요해 얼마 전 외과 동문들과 외과 교수들의 동문 이사회 모임이 있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현재 의대증원 사태로 인한 전공의 사직문제로 흘러가게 되었는데, 들어보니 현재 전남대학병원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았다. 예전에 외과의 한 교수당 하루 3~4건씩 하던 위암, 대장암 수술을 보조할 전공의가 없어서, 또한 마취를 해줄 전공의가 없어서 하루에 한 건도 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정형외과는 아예 정규수술은 모두 취소되고 응급수술만 하고 있다고 도 했다. 교수들이 집도하는 수술이 전공의가 없어 혼자서 하다보니 힘들고 더딘데다가 교수 혼자서 전공의가 했던 잡다한 일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이제 곧 번 아웃 직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이제는 거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는 물러설 기미없이 계속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이야기만 하고 있으며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없고, 학생들도 기약 없는 휴학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전체 유급 직전에 있어 내년에 새로 들어올 신입생과 합해진다면 의과대학 교육은 제대로 될 수 없을 것이고, 졸업생이 없게 되면 공중 보건의나 군의관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교수들의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20개의 의과대학 및 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여해 3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아직까지 대학병원 진료는 유지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이들만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래지 않아 대학병원이 무너지면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필자는 작년 11월부터 정부와 의료계의 협상에서 의료계의 대표로 의정 협상단장을 맡아 정부에게 현재 붕괴되어 가고 있는 필수, 지역의료의 문제는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의대증원은 지금 해결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하였다. 또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교육 역량을 감안하여 현재 해마다 증원하고 있는 3058명의 약 10% 정도인 350명 내외로 일단 증원을 더 해보고 점차 2년에 한 번씩 재평가하여 증원 규모를 재조정 해보자고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였다. 그리고 의대증원 문제는 밤샘토론을 해서라도 의정 협의체 내에서 논의하여 결정하자고 누차 강조하였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일본과 영국도 의대증원을 하였지만 우리나라처럼 의대 정원 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대규모 사직이나 정부의 형사처벌 공언 등 험악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원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키고 합리적인 요구사항이 있으면 수용하였으며, 의대 증원을 점진적으로 하여 늘어난 의대 정원을 가르칠 교육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 후에 증원을 하였고, 구체적인 예산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예산이 얼마나 들며,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를 국민과 의사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였기 때문이다.지금의 의대증원 문제는 수 십년 동안 세계최고를 자랑하던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문제점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버린 것이다. 수 십년간 지속되던 필수의료분야에 대한 저 수가와 함께, 결과가 좋지 않은 의료행위에 대해 과도하게 형사 처벌하는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이러한 필수의료 붕괴사태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문제점을 의대증원으로 해결하려고 하면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이러한 문제점이 결국 의사 수의 증원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의료인력 수급위원회가 있어 그곳에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의료 인력을 결정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너무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정부와 의료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인력 수급 위원회를 결성하여 우리나라의료의 미래를 위하여 적정 의료 인력을 논의해야 한다.더 이상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정부와 의료계가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를 기대한다. 양동호 광주광역시 의사회 대의원회의장 (연합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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