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차박(車泊)

입력 2019.11.18. 18:14 수정 2019.11.18. 18:14 댓글 0개
도철의 약수터 무등일보 경제부 부장

'차박'(車泊)은 자동차를 이용하는 새로운 패턴이다. 캠핑카처럼 쓰면서 어디든지 머무는 여가방식의 하나로 이해하면 된다. 그렇지만 좋은 차가 아닌 작은 차에 저렴한 장비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꾸미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미 대중적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차박'과 관련된 차는 판매량이 늘어나는 정도라고 한다. 사실 '차박'은 '차중박'(車中泊)이라는 말로 일본에서 건너온 유행어다.

오랫동안 불경기를 겪어 온 탓에 자동차를 이용한 여가문화가 우리보다 앞서서 흥행한 때문이다. 일본은 이미 SUV 등 제법 큰 차량 뿐 아니라, 경차에서도 밥 먹고 잠자게 하는 아이템들이 인기를 끄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여가 개념의 '차중박'이 일본에서 또 다른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행이나 취미활동 등 여가나 낭만과 관련된 의미가 아니라 절박하고 힘든 사람들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파산이나 해고 등으로 돈벌이가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비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집 생활을 포기하고 마지막 재산인 자동차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적, 상황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떠돌이 생활을 한다는 뜻에서는 서양의 '집시' 개념으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아무튼 20년간 이어진 불황 때문에 소득의 끝자락에 몰린 일부 사람들이 사회적 보호망 밖으로 떠밀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이 새삼 다시 떠오른다.

돈벌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 전세 개념이 없는 일본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생각해 낸 그들만의 삶의 방식에 일본 정부에서조차 놀라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차중박'은 일본에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고 이들을 지칭하는 '차중박 난민'이라는 새로운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통계도 없어 정부 정책이나 지원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은 '차중박' 하는 사람들의 특징으로 '집 없이 혼자 사는 50대 이상 중년층 가운데 단기계약 근무를 이어온 사람들'로 파악하고 있다.

외신을 읽는 내내 걱정인 것은 우리나라에 '차중박 난민'이라는 개념이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편의점 도시락과 반찬이 잘 팔린다는데 좋은 일자리 정책은 만들 수 없을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순간이다. 도철 경제부부장 douls18309@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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