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수능 단상

입력 2019.11.18. 09:39 수정 2019.11.18. 09:40 댓글 0개
김지선 교단칼럼 무등중학교·現 학습연구년 특별연수

지난 14일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시험 당일 시험장이 설치된 지역의 관공서 출근 시각은 평상시보다 1시간 늦은 오전 10시 이후로 늦춰졌다. 시험장 근처 군부대도 수험생 등교 시간인 오전 6시∼오전 8시10분에는 병력 등 이동을 자제했고, 지하철과 열차 등의 출근혼잡 운행시간대는 기존의 오전 7∼9시(2시간)에서 오전 6∼10시(4시간)로 연장됐다.

영어 듣기평가가 치러지는 오후 1시10∼35분(25분간)을 '소음통제시간'으로 설정했고, 이 시간에는 항공기 이착륙이 이뤄지지 않았으며, 포 사격 및 전차 이동 등 군사훈련도 금지됐다. 날씨마저도 기온이 뚝 떨어져 수능한파를 실감케 했다.

필자도 수능감독을 하며 초긴장 상태에서 하루를 보냈다. 전날 감독관 회의에서 2시간 동안 연수를 들었고, 수능 당일에는 6시 40분경에 고사장에 도착해서 또 한 번 주의사항을 숙지했다. 그리고 8시 10분부터 시작된 1교시 감독을 시작으로 4교시 감독까지 300분 넘게 서 있어야 했다. 매일 하는 수업에서야 서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능감독은 거의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숨죽여 수험생들의 편의를 보조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정행위를 살펴야 하기 때문에 긴장과 스트레스는 수험생 못지않았다.

또한 감독관은 본령이 아닌 예비령 전부터 입실해야 하고 마지막 시험 시간에는 모든 수험생의 시험지, 답안지의 점검이 끝나야 퇴실이 되기 때문에 공식적인 시험시간보다 40~50분 더 긴장된 시간을 견뎌야 했다. 여기에 5교시 시험 감독까지 했던 감독들의 고충은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수능 전부터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수능 감독 의자'와 '수능 사프 교체 논란'이 문득 떠오른다. 지난 달 교사노동조합연맹, 실천교육교사모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등 교사단체들은 의자 배치를 포함한 수능 감독관 근무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교사 3만2천여명의 서명을 모아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능 감독관용 의자 배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감독관용 의자 배치는 국민정서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할 사안으로 올해 수능에 즉시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31일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보냈다고 한다. 교육부는 "현재 고등학교 내신시험, 각종 국가 주관 시험에 감독관용 의자를 배치하지 않는데 이는 시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민원을 방지하고 수험생들이 안정된 분위기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수능 사프' 논란은 수능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8일 언론의 보도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평가원 홈페이지 문의사항 게시판에는 수능 샤프에 대한 글들이 다수 게재됐다. 한 네티즌은 "지금까지 많은 수험생이 기존 수능 샤프로 공부해왔는데 아무런 얘기 없이 수능 당일 바뀐 샤프로 시험을 봐야 한다면 당황스러울 것"이라며 "다른 샤프는 다들 소리도 크고 그립감도 불편하다는 얘기가 많다. 바뀌는 게 사실이라면 얼른 공지해주는 게 맞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고 한다.

국민정서 상 불허된 '수능 감독 의자'나 '수능 샤프 교체' 논란은 작년 '언어영역 과학지문' 논란처럼 해마다 반복되는 가십거리로 잊힐 것이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자체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지식과 기술들이 서로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과 지식의 암기식 교육을 조장하고 있는 5지 선다형 위주의 현 수능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종의 고육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정답 찾기 위주의 문제 유형이나, 1년에 오직 한 번만 볼 수 있어서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는 1년을 또 기다려야 하는 기존의 수능 방식이 아닌 미래형 인재를 키우고 평가하는 교육과정과 평가의 과감한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수능감독이나 수험생들의 고충은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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