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도리불언 하자성혜

입력 2019.11.17. 18:15 수정 2019.11.17. 18:15 댓글 0개
김영태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주필

중국의 대표적 사서인 사기(史記)에 따르면 복숭아(桃)와 오얏(李)은 '꽃이 곱고 열매가 맛이 좋다'고 했다.

꽃 곱고 맛 좋은 복숭아는 지상 혹은 하늘의 낙원을 의미하는 '도원경(桃源境)'과 결부된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무릉도원을 꿈꿨던 중국의 전원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복숭아꽃 핀 이상향을 그려냈다.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에 복숭아꽃이 피거나 수많은 꽃 가운데 유독 복숭아꽃이 선경을 상징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복숭아가 불로장생의 선과(仙果)라는 의미와 그 꽃이 인간에게 행운을 안겨줄 신비의 꽃이라는 관념에서 비롯된 듯하다.

또한 오얏나무는 사람의 처신과 관련된 경계의 말로 회자된다. 우리 속담에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참외 밭에서는 짚신을 고쳐 신지 말라(이하부정관 과전불납리·李下不整冠 瓜田不納履)'고 했다. 오얏은 자두다. 자두도 맛있는 과일이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던 행인이 다시 일어나 길을 가기 위해 갓끈을 고쳐 매려고 무심코 손을 올리는 일은 삼가해야 한다. 갓끈을 고쳐매려 손을 올린 게 오얏을 따려는 행위로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의심을 받을만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뜻에 다름없다. 이같은 내력을 지닌 복숭아와 오얏은 꽃이 곱고 열매가 맛이 좋아 찾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기 때문에 이들 나무 밑으로는 길이 저절로 생겨난다.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 下自成蹊)'. 복숭아와 오얏나무 밑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듯 '덕(德)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절로 따른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에서 복숭아와 오얏나무를 비유로 들어 모름지기 "사람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필자와 가끔씩 카톡 문자를 주고받는 한 지인(知人)이 얼마 전 이 문구를 보내준 적이 있다. 필자가 특정인의 성취에 나름 상당한 기여를 했음에도 이를 몰라주니 안타깝고 야속하다는 속내를 털어놓은 데 대한 답글이었다. 그 기여가 성취를 이룬 상대에게 어느 정도 깊이 있게 인식됐는지 알 수 없음에도 필자의 가벼운 속내만 내보인 것 같아 부끄러움이 일었다. 묵묵히 덕을 쌓는다면 말하지 않아도 절로 알게 될 텐데.

김영태주필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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