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광주 전일빌딩이 시민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가운데 외벽에 남겨진 계엄군 총탄 흔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17일 오후 막바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광주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외벽에 설치돼 있던 가림막 일부가 도색 작업을 이유로 철거되면서 건물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흰 외벽 바탕과 대조를 이루는 주황색 페인트로 칠한 원형 표시가 곳곳에 있어 눈길을 끌었다. 표시 곁에는 '5-1', '7-3' 등 숫자를 표기한 철판이 부착돼 있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헬기 기총 또는 소총으로 건물 외벽에 남긴 탄흔을 기억하기 위해 표시한 것이다. 건물 외벽 곳곳에 표시된 탄흔만 245개에 달한다. 철판에는 탄흔이 확인된 층과 해당 층에 남은 자국을 차례대로 적었다.

탄흔을 표시한 페인트는 야광 기능까지 있어 어두운 밤에 보다 눈에 잘 띌 것으로 보인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광주시는 전일빌딩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오월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외벽 탄흔 보존작업을 기획했다.

시민들은 환영 의사를 전했다.

탄흔 표시를 한참 지켜보던 이모(56·여·광주 서구)씨는 "노후 건물이지만 역사적 보존 가치가 높은 만큼, 사적으로서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후대에 역사와 오월 광주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태종 5·18기록관 연구실장은 "복원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옛 전남도청과 달리 보존·활용에서 좋은 안을 찾은 것 같다. 시민들이 주변을 지날 때마다 외벽에 새겨진 오월 광주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일빌딩은 헬기 기총 사격의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사적지로서의 가치를 높이고 계엄군의 만행을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표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1968년 준공된 전일빌딩은 최근 계엄군의 헬기 기총 사격을 뒷받침하는 탄흔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5·18의 역사적 상징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광주시는 국·시비 484억원을 들여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정률은 85%이며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2020년 1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공식 개관은 이르면 3월로 예정돼 있다.

새 단장을 마치면 전일빌딩에는 지하 1층, 지상 10층, 연면적 1만9321㎡의 규모에 문화복합공간, 문화콘텐츠 기업·국립아시아문화전당 지원공간, 시민다목적홀, 5·18기념공간, 전망대·휴게시설 등이 들어선다.

광주시 문화기반조성과 관계자는 "5·18의 실체를 널리 알릴 '살아있는 교육 현장'으로 조성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염원을 담기 위해 외벽의 총탄을 원형 보존했다"면서 "차질 없는 사업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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