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호랑이 장군과 곶감

입력 2019.11.14. 18:20 수정 2019.11.14. 18:20 댓글 0개
나윤수의 약수터 칼럼니스트

올해도 감이 풍년이라고 한다. 감이 지천이어서 따는게 문제다. 그래도 농민들은 말없이 감을 따 곶감을 만든다. 곶감은 수분과 탄수화물, 섬유질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겨울 곶감은 수정과의 원료로 활용되며 간식거리로도 그만이다.

곶감은 전래 동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오랜 옛날 호랑이가 밤에 민가로 내려와 우는 아이와 어머니의 소리를 엿들었다. 어머니가 "호랑이 왔다, 울지 말아라"고 겁을 줘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다시 어머니가 곶감을 내밀며 "뚝 끄쳐라!"고 하자 아이는 울음을 뚝 그쳤다. 그러자 호랑이는 곶감이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하고 줄행랑을 쳤다는 얘기다. 동화는 힘센 호랑이가 어리석게도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를 잘못 알고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간다는 교훈을 전한다.

현실 사회서도 제 힘만 믿다 낭패당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많다. 얼마전 자유한국당 인재 영입 1번이 될 뻔한 박찬주 육군 대장은 그렇게 낭패를 당한 케이스다. 그는 "사령관 공관에 감이 열렸을 때 감을 따는건 사령관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은 공관병이 따야 한다"고 했다가 구설을 자초했다.

그렇다면 실제 사령관 공관에 열린 감은 누가 따야 할까? 이는 육군 규정에 명확히 나와 있다. 규정은 "어패류나 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등에 사병들을 동원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병사들에게 "과목 수집 같은 일을 시키면 안된다"고 못박은 것이다. 그러니 사령관 공관의 감은 "먹고 싶은 사람이 따야 한다"가 정답이다.

문제의 본질은 감을 누가 따느냐가 아니다. 아무리 높은 상사라도 부하에게 규정에 없는 부당한 일을 시키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감따는 일은 '갑질'일 뿐이다.

대한민국 군대의 별 넷은 아무나 다는 계급이 아니다. 특별한 지휘능력이나 업무능력, 아니면 계급을 좇는 탁월한 아부 능력이라도 갖춰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하급자를 무자비하게 부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갑질능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 박 대장은 지휘나 업무 능력은 가려지고 갑질 능력만 부각됐다. 억울하겠지만 한가지는 알아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감은 제때 제손으로 따먹는게 제맛이다. 어찌 감 먹는 사람, 따는 사람이 따로 이겠는가. 나윤수 칼럼니스트 nys8044@hanmail.net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srb7@hanmail.net전화 062-510-115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사랑방미디어'

최근 무등칼럼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