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그림으로 살핀 조선 500년 역사

입력 2019.11.11. 19:10 수정 2019.11.11. 19:10 댓글 0개
조선회화실록
이종수 지음/생각정원/1만8천원

조선 건국부터 망국에 이르기까지 500여년의 역사를 그림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미술과 역사를 넘나들며 연구와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는 미술사학자 이종수 작가는 최근 '조선회화실록'을 내놨다.

책은 각 왕이 살았던 시대에 그려진 그림과 실록을 함께 오가며, 왕권과 신권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손에 잡힐 듯이 풀어낸다.

특히 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조선왕조실록'의 핵심적인 문장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뿐만 아니라 미술사학자로서의 전문성을 한껏 살려 조선 회화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왕들의 '어진(초상화)', 조선 사대부들의 모임을 담은 다양한 '계회도', 경술국치 이후 마지막으로 경복궁의 풍경을 담은 '백악춘효도' 등, 다양한 그림에 담긴 맥락을 살피며 독자들에게 역사적 통찰력을 제공한다.

책에서 조선의 회화는 조선이 담고자 하는 이상과 현실을 핍진하게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실록과 함께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그림들이 어우러진 이 책은 독자들은 새롭게 역사를 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도와준다.

실제 책은 '신숙주 초상'을 불러와 계유정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임금이 됐지만 늘 불안했던 세조의 마음을 '관경십육관변상도'라는 왕실의 불화를 통해 드러낸다.

또 연산군이 묘호도 시호도 없이 '연산군'으로 불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연산군의 폭정으로 인해 강력한 왕권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신권과 팽팽하게 대립해가는 과정을, 관리들의 모임을 그린 '미원계회도'를 통해 드러낸다.

특히 책에서는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이 전쟁을 겪고도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무이구곡도'를 통해 비판한다. 또 '금궤도'를 통해 반정을 일으킨 이후, 명으로부터 왕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었던 인조의 조급함을 읽어낸다. 백성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특별 과거시험을 치렀던 순간을 그린 '북새선은도'와 실록을 함께 짚어가며, 왕과 사대부들이 갖던 생각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어 철종 시대의 '강화행렬도'라는 다소 낯선 그림을 통해 조선 왕조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강제로 왕조를 잇기 위해 임금을 데리고 와야 했던 시대적 맥락을 설명한다.

이밖에 책은 일제 강점기에 쓰인 '고종 실록'과'순종 실록'을 함께 읽으며, 우리 손으로 쓰이지 않는 역사의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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