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해를 갈무리하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입력 2019.11.11. 14:34 수정 2019.11.11. 14:54 댓글 0개
정정래 경제인의창 전문건설협회 광주시회 사무처장

해마다 봄이 되면 회사 앞 가로수 벚꽃나무가 제일 먼저 봄을 알렸다. 속이 텅 빈 고목에서 애써 펴낸 꽃잎은 주변의 젊은 벚꽃나무보다 훨씬 운치가 있었고 끈질긴 생명력은 계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당당히 그곳에 서 있다. 녹음방초 우거진 한 여름에는 모두가 무성하고 창대(昌大)하더니 어느덧 가을이 되어 곱게 물든 단풍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보니 애잔하기까지 하다.

저 나무들은 오고 가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나뭇가지에서 탈락한 나뭇잎은 낙엽 되어 다시 태어날 새 생명을 위해 거름으로 돌아갈 것이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듯 나무는 이 땅의 모든 생명에게 순환의 지혜를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기해년(己亥年) 한 해도 한 달 보름 남짓 남았다. 해마다 이때쯤 되면 연초 계획과 한해의 성과를 되돌아보게 되는데 큰 틀에서 보면 개인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이뤄냄이 컷을 것이다. 다만 훗날 기해년 한해를 되돌아 봤을 때 기억에 남고, 보람차고, 자랑스러운 추억하나는 만들고 마무리 하면 좋지 않겠는가. 가을이 되면 풍성한 결실도 있지만 한편으론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이런 환경의 변화 속에 대책 없이 겨울을 맞이할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을 살펴보고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근무한 전문건설협회 광주광역시회는 전문건설업을 영위하는 1천여개의 건설사가 소속된 단체로 저마다 회사의 발전과 영리를 목적으로 사업에 매진하지만 그 발전의 원천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은 시민이라는 명제 하에 단체 명의로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전개해 온 지가 벌써 10여년이 되었다.

해마다 40여 가구를 목표로 독거노인, 조손가정, 차상위 계층 등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으로 도배, 장판, 보일러, 싱크대 교체, 창문과 출입문 교체, 옥상누수, 외벽 보수 보강 등 공사규모는 작지만 교체하고 보수하면 편리한 부분들을 먼저 선정하여 공사를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드리고 생활의 편리성을 도모하는 한편, 조손가정의 경우 어린아이들에게 공부방을 만들어 줌으로써 학생들에게 희망의 씨앗을 품게 하는 사업들이 큰 보람으로 여겨지며 오늘현재 380여 가구가 봉사의 손길을 받게 됐다.

올 한해도 봉사현장을 찾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말없이 봉사하는 천사, 자원 봉사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우리사회의 희망을 보기도 했다.

올 12월이 되면 지난해 처음 시도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5kg, 200박스의 김장을 담아 취약계층과 복지시설에 나누는 행사로 난생처음 김장배추를 버물어 보고 내심 보람과 긍지를 느꼈던 남자 사장님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작년에 경험했던 회원들은 올 행사에 분명 앞장서 참여할 것이다. 올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을 나누고자 고아원과 양로원 여섯 군데를 지정해 일정액의 후원금을 전달하고 매년 관심을 갖기로 했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면서 검진 전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술을 마신다면 1회 어느 정도 하십니까? 담배를 피운다면 하루에 피우는 양은 어느 정도 입니까? 차례대로 답을 잘 써 나가는데 한 문항에서 난제를 만났다. 귀하는 몸에 땀이 배일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몇 회 정도 하십니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영(0)이라고 썼다.

이제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여기저기서 송년회가 한창일 것이다. 술자리 건배구호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건강을 위하여'다. 건강이 우렁차게 외쳐댄다고 얻어질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다들 그러면 건강해 질 것으로 믿는 모양이다.

건강이든, 사회봉사든, 본인의 목표달성이든 당장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일말의 성과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한 시점에서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보고 미흡했던 부분들은 다시 정비하여 내년 계획에 반영하고 실천하려는 노력들을 덧붙일 때 개인과 사회는 발전해 나갈 것이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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