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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교가 꿈꾸는 것
입력 2019.11.11. 09:26 수정 2019.11.11. 10:13 댓글 0개11월 1일 점심시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의 날(학생의 날)을 앞두고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학년 별 행사가 진행되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의 날'을 조명한 영상을 본 1학년 학생들은 그 영상에서 나온 내용을 기초로 퀴즈를 만들어 퀴즈대회를 실시하고, 2학년 학생들은 '학생의 날' 사행시 쓰기, 대한민국청소년 권리 제안 사항 및 실천 사항 암송하기, 3학년 학생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도전골든벨을 운영했다. 이 행사가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행사 기획부터 운영, 뒷정리를 모두 학생 스스로 했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11월 3일을 기념하는 행사는 선생님들이 준비하고 운영했었다. 옛날 교복을 입은 선생님들이 등굣길에 서서 간식을 나눠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뒤 방송으로 그날이 어떤 날인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올해는 학생들에게 기획과 운영을 넘겨줬다. 학생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그러나 학생들은 우리 어른들보다 더 다채롭고 의미 있게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아이들이 맡은 첫 해 행사부터 학년별로 특색 있게 진행하리라고 그 누가 기대했겠는가.
그리고 며칠 전 학교 축제가 열렸다. 학교 축제는 체험마당과 전시마당, 공연마당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선생님들은 거들고 학생들이 주인이 되어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특히나 작년부터 전시마당의 학생 작품들은 우리 선생님들의 입을 딱 벌어지게 했는데, 학년 통합교육과정으로 진행되었던 수업의 결과물들이 총정리 되는 자리였다.
1학년은 올 1년 동안 '자기이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각 교과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하고 고민하여 글로 쓰기도 하고 말로 표현하기도 한 뒤, 미술 시간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물을 전시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이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와 자기표현 작품은 어떻게 저렇게 수준 높게 자신을 잘 표현했을까 감탄을 불러일으켰고, 아이들 상담의 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2학년은 올해 '배려와 경청'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국어 시간에는 자기 마음을 울리는 시를 시화로 표현하고 도덕 시간에는 평화의 의미를 표현하는 글쓰기를 하여 전시했다. 수학 시간에는 도형을 공부하고, 그것을 이용하여 모둠친구들과 함께 빛스펙트럼을 만들어 도형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3학년 프로젝트로 진행된 '힘과 정의' 수업은 미술 시간에 설치 미술을 제작하는 것으로 전시의 꽃을 피웠는데, 학교 공간 곳곳에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의를 표현하는 작품이 설치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학생들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신 타 학교 선생님은 이 작품들은 그냥 한 순간에 나온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주제를 접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하셨다.
학교 행사를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또 아이들이 만든 작품에서 깊은 사고와 고민, 자료 조사 그리고 멋진 작품을 만들고자 들인 한 땀 한 땀의 정성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이 정말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학교가 진정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교육과정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이 눈부시게 성장하는 것 말이다.
지금 교육계는 정시 확대 방침에 시끄럽다. 제발 바라고 바란다. 우리 교육의 방향과 목적이 선발이 아니고 성장이 되기를. 경합과 공정성에 가려, 학교가 진짜 꿔야하는 꿈이 무산되지 않기를.
- <칼럼> 늘봄학교,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 '늘봄', 이 얼마나 예쁜 말인가? 봄처럼 포근하고 따사로움이 늘 함께한다는 뜻일 것 같은 '늘봄'. 그러나 이제 이 언어는 그렇게 쓰일 수가 없다.언어의 의미는 사회에서 규정된다. 아무리 좋은 언어라도 사회에서 다른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언어의 오염이 시작되고 결국 그 언어는 이전의 의미로는 쓸 수 없게 된다. 나에게 '늘봄학교'은 '녹색성장'과 같이 그렇게 오염된 채 다가왔다.2024학년도 1학기 광주지역 늘봄학교, 신청에서부터 선정까지 학교 현장 갈등2월 현재 광주에서는 30여개 초등학교가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한 18개 학교 중 중17개교는 협의록이 없으며, 교장 결정 3개교, 교장과 교감이 함께 결정한 학교 1개교, 교장, 교감, 행정실장이 결정한 학교 2개교, 부장교사가 요청하여 승인한 학교 1개교 등 내가 속한 학교지만 어떻게 늘봄이신청되고 선정되었는지를 학교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래서 서로 의심하고 속상해한다. 이렇게 늘봄학교는 불필요한 학교 현장 갈등을 양산 시키고 있다.교사? 돌봄전담사? 일반직?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어"우리가 일 때문에 늘봄학교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은 늘봄학교 거부의 본질이 업무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거겠지만, 노동자에게는 일도 중요하다. 여전히 시간제가 많은 돌봄전담사의 업무도 아니고, 수업과 생활교육이 고유 업무이자 이것만으로도 과도한 노동을 하는 교사의 업무는 더더욱 아니다. 늘봄지원실을 만들어 일반직을 배정한다는 것도 총액인건비제에 묶여있는 공무원 상황을 보면 실현 가능하지 의문이 들고, 기간제에게 맡기는 것 또한 노동의 불안정성을 부추김과 동시에 결국은 기간제 공고부터 선정 관리까지 다시 학교의 업무가 되는 것은 학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안다. 학교의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 강요받은 업무를 그것도 과도하게 말이다.가장 중요한 사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는 '늘봄학교'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늘봄학교에는 우리 아이들의 삶이 없다는 것이다. 올해 초 늘봄학교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무렵 내 마음을 훅 치는 기사 하나가 있었다. 기사 중에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자녀로부터 들은 초등돌봄교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엄마, 나는 초등학교 때 돌봄교실이 제일 싫었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끝나면 엄마랑 만나서 놀이터에서 놀고 학원에 가고 집에서 쉬는데, 난 혼자 돌봄교실에 갔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엄마랑 만나고 싶었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생각한다면 아침 7시부터 밤 8시까지 학교에 있는 게 폭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 안드는지? 어른들보고 그렇게 있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다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을까?늘봄학교에는 주체인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는 빠져있고, 즉 아이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에 대한 고민과 사유는 실종되었다.학교, 지자체, 무엇보다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도록필자도 아이를 돌봄교실에 보냈었고,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발을 동동거린 적이 있다. 대한민국 보호자들이라면 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두 번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느낀 것이 돌봄의 사회적책임이었고, 학교 현장에 있는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책임은 보호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보호자의 양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노동시간 합의와 양육시간 확보도 해당될 것이다. 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위 '저녁 있는 삶'과 같은 것이다.학교가, 지자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돌봄과 동시에 보호자가 우리 아이를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돌볼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천천히 가더라도 그렇게 가야 우리 아이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이 있다.그렇게 간다면 다시 '늘봄', 이 언어의 원래의 의미를 되찾아 진정 우리가 바라는 '늘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애숙 광주동산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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