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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향 광주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입력 2019.11.06. 08:53 수정 2019.11.06. 15:06 댓글 0개어릴 적, 동네꼬마 세 명 이상만 모이면 좁은 골목길이든 너른 들판이든 헤집고 다니며 숨바꼭질 놀이를 했다. 이때 술래가 전봇대나 벽에 얼굴을 대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는 사이에 나머지는 몸을 숨겨야 했고 술래는 숨은 이들의 머리카락이라도 찾아야 술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놀이 때마다 습관적으로 읊은 10자 단어는 '하나, 둘, 셋…'보다 더 놀이에 정감을 더한 것이었지 관제적 이미지는 아니었다. 사실, 그때는 남자애들의 대표놀이인 숨바꼭질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여자애들의 고무줄놀이는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라는 동요가 당연한 줄 알았다.
6·25전쟁 후 원조받던 최빈국 국가에서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기까지, 그리고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민주화를 이루어내기까지 우리 국민들을 응집했던 힘은 애국심이었다. 60~80년대의 우리는 애국가가 울리기라도 하면 가던 걸음을 멈추고 태극기를 향해 우러러 바라보며 한마음이 되었다.
현재 최강국가인 미국의 경우 수퍼맨·스파이더맨 등 히어로, 마블시리즈에서 보듯이 할리우드 영화는 성조기에서 시작해 성조기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짧은 역사와 다인종, 다문화 국가라는 열악한 조건에서 지금도 여전히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은 국가에 대한 의무, 애국심에서 나온다.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민족과 5천년 역사를 함께 해 온 겨레의 꽃으로,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정신의 상징으로, 백일 이상 긴 기간,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피는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은 우리의 민족성을 닮아 광복이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나라꽃이 되었다. 마을, 학교, 도로변 등 우리 주변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고 종류도 200여 종에 이르던 무궁화가 지난 30여 년 사이 92%가 사라졌다고 한다. 무궁화가 피던 자리에 일본 벚꽃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해마다 봄이면 벚꽃열풍에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각 지역에서는 앞다퉈 벚꽃축제를 열고 있지만 무궁화축제를 한다는 곳은 들어보지 못했다. 뿌리가 썩으면 나무가 죽듯이 애국심이 빛을 잃으면 부강한 나라도 흔들린다. 무궁화나 태극기 같은 국가상징물은 선현들의 비장한 애국심과 민족적 감격을 담고 있다.
올해가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고 특히나 한일관계 악화로 반일감정이 어느 때보다 팽배했다. 'NO 일본' 현수막도 시민들이 스스로 걸었는데 매번 국경일마다 각 가정에 게양된 태극기 숫자는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낼 정도로 적었다. 물론 태극기 숫자로 애국심 실종이라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삼일절의 태극기, 5·18희생자의 관을 덮었던 태극기, 6·10항쟁 청년이 최루탄가스를 뚫고 돌진할 때 펄럭이던 태극기, 2004월드컵의 태극기, 무능력지도자 탄핵집회의 태극기 등 태극기는 국민의 애국심이자 한마음이 되는 상징이었다.
광주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시대정신과 대의를 좇아 자기희생을 통해 역사의 물꼬를 바로 돌렸던 역사의식이 대대로 흐르는 의향의 도시이다. 그런 정신이 살아있는 광주에서 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시민들이 쉽게 무궁화를 접하고 나라사랑 의식이 삶속에서 살아 숨 쉬도록 시청사 앞에 '무궁화동산'을 조성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우리 지역은 일제식민지 잔재물에 대해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적시하여 후세에게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올해 8월에 광주공원에 친일잔재 청산 단죄문을 설치하였고 10월에는 중외공원에 안중근 숭모비를 재 건립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 앞장섰다.
광주시청사의 무궁화는 애국가 배경영상에 나오는 홍단심계가 주를 이루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피해 상징물인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 심어져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세계평화와 희망을 승화시키는 의미에서 자유롭게 날개 짓하는 나비문양으로 심었다.
의향 광주, 평화의 소녀상 곁에 심어진 100주의 무궁화는 내년 8월 광복절에 하얗고 붉게 만개하여 시민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꽃피우고 미래 세대에게는 울림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우리 광주 시민들의 가슴 속에 무궁화 꽃은 언제나 피어있을 것이다.
- [기고] 전남과 광주의 문화다양성, 포용의 문화로 바꾸자 최근 이강인 선수에 대한 이슈가 부상한 적 있다. 아시안 컵 4강 전을 앞두고 식사 후 함께 얘기하자는 주장의 얘기를 무시하고 탁구를 친 이강인 선수를 나무라는 과정에서 주장이자 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달려들어 부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강인 선수는 인성이 부족한 자 혹은 싹수없는 선수가 되었다.뭐 이강인 선수를 두둔하거나 비판하자는 건 아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문화체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꺼낸 얘기다. 사실 우리는 강한 선후배 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나이에 관한 한 절대적이다. 왜 싸우면서도 나이를 따지는 게 우리 아닌가?이에 반해 유럽이나 북미 등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섞인 곳에선 그 차이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여러 인종과 문화가 섞이다 보니 나이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하고, 그 태도 또한 우리와 사뭇 다르다. 왜 프리미어리그나 여타 유럽축구를 보면 선수가 감독을 밀치고, 선수끼리 자기주장을 펼치다 싸움까지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제국주의 경험에 여러 문화가 섞여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들은 자문화 못지않게 타문화를 존중한다. 타인의 말이나 표현을 무시하거나 억제하는 행동을 금한다. 더불어 타인을 차별하는 것도 금한다. 왜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선수들 유니폼에 "No Racism, No Room"(인종차별 예외없음)이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그 정도로 타인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게 우선이다. 실제로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문화정책에선 이를 문화다양성이라 부른다. 2014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다양성법'이 제정되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문화다양성 보호를 위해 나서야 한다. 더불어 국적·민족·인종·종교·언어·지역·성별·세대 등에 따른 문화적 차이에 의한 차별을 할 수 없다. 각 집단은 자신의 문화를 표현하거나 관련된 예술활동을 하며 지원에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광주 전남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전남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2016년 12월 1일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하여 많은 지자체의 조례 제정에 영향을 주었다. 광주광역시 또한 2018년 7월 24일 조례를 제정하여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두 조례가 다르다는 점이다.최초로 문화다양성 조례를 제정한 전남도는 '문화적 차별'이라 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에 의하여 문화적 표현이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형태로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광역시 조례는 '문화적 관용'이라 하여 개인이나 집단의 차이에 의한 차별은 금지하고 있으나, '단, 사회미풍양속을 침해하는 문화다양성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여 그 보호의 범위를 사회미풍양속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미풍양속이란 무엇인가?그 범위가 모호할뿐더러 미풍양속이라는 표준화된 문화체계에 여러 문화를 가둠으로써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기 보다는 억압하게 만든다. 즉 누군가 사회미풍양속에 침해한다고 말하면 그 표현이나 활동은 제한되거나 금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문화다양성 보호가 아닌 억압의 측면이 있다.문화나 사회의 발전은 현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나온다. 에두와우드 마네의 '올랭피아'나 구스타프 꾸르베의 '세상의 기원' 등은 모두 당시로서는 허용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예술이 발전했고, 사회가 변했다. 지금 당장 강력하게 작동하지 않는 조례이기에 그냥 넘길 수도 있지만, 문화다양성이란 평소엔 인지되지 않다가 사건이 발생하며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전남도나 광주광역시 조례는 전국 지자체에 끼친 영향이 커 전남도 조례는 경기도에, 광주광역시 조례는 서울시에 영향을 끼쳤다. 이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전남도의 조례가 적절히 문화다양성을 보호하고 있는 만큼 광주광역시 조례도 바뀌어 광주 전남이 함께 인권의 도시로서 나아갔음 하는 바램이다.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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