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아들과 함께 수확한 쌀, 어려운 분들에 힘 되길"

입력 2019.10.29. 18:06 수정 2019.11.04. 16:00 댓글 0개
광주 중소기업 대표 이정선씨
농사지어 수확한 쌀 기부 계획
이정선 대표(오른쪽)와 아들 현규군

"올 1년 동안 아들과 함께 직접 키워 도정한 쌀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분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광주의 한 중소기업 대표가 그동안 농사를 짓지 않던 고향의 논에 올해 벼를 심어 수확한 쌀을 기부할 뜻을 밝혔다. 특히 그의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지은 결과물이라 더욱 뜻깊어 소중하게 사용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광주에서 수문이나 제진기, 펌프 등을 제작·설치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선(52) 대표. 그는 "살아오면서 아들 이름으로 기부를 한 것이 전부일 뿐, 기부는 처음 해본다"고 겸손해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아들 현규(초6)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던 중 고향인 나주 영산포 논에서 같이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다. 도시에서 자란 아들이 많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올 봄, 모내기를 하면서 신기해 하고 신나서 일하는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농사를 짓는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보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추수하면 조금씩 나눠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인보다는 힘들게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게 더 뜻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대표는 "주말마다 아들과 놀아주며 여러 곳을 다녔다. 형제없이 자라면서 집에 있는 장남감이나 간식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이대로 자라면 나눔에 관심이 없을까 걱정하던 차에 같이 농사지으면서 부자간의 정도 쌓고 1년이라는 시간동안 힘들여 수확한 쌀을 나누면 기쁨도 커지고 아들의 생각도 자랄 것이라 기대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아들에게 "네 또래 중에 배고픈 친구들도 많고 불우한 친구들도 많다. 쌀을 수확해 그 친구들에게 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아들 현규군은 "배고픈 친구들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현규군은 올 해 농사를 통해 매일 먹는 밥이 어떻게 밥상에 올라오게 되는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가 기부할 쌀은 20㎏들이 20포대 분량이다. 수확한 벼는 기부처가 정해지면 수확한 쌀을 도정해 곧바로 배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아들이 주위의 무거움을 나누고 힘든 일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을 얻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며"가능하면 매년 농사지어 기부를 이어가고 싶다. 다만 어떤 단체에 어떻게 기부할지 몰라 무등일보에서 추천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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