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100년 기업도 떠나는 경제정책

입력 2019.11.03. 16:44 수정 2019.11.04. 13:44 댓글 0개
김용광 경제인의창 (주)KTT대표

올해 창업 100주년이고 국내상장기업 1호인 (주)경방 광주공장과 38만평의 국내최대 면방공장인 용인공장이 지난 8월 31일 문을 닫았다. "우리 옷은 우리 손으로"라는 민족적 이념으로 시작한 면방 선두주자 (주)경방은 "공장폐쇄로 줄어든 물량은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다면서 인건비 등 비용절감 효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국내기업의 해외투자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돈이 빠져나가기만 한다는 게 문제다.

한국의 민간투자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부터 계속 내림세이다. 2017년 16.7%로 정점을 찍은 이 숫자는 2년이 지난 올 3월말 -7%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민간 투자는 이미 위축돼 있었다.

기업의 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국 기업은 2018년 478억 달러(56조 8800억원)를 해외에 투자했다. 198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의 투자금액이다. 한국이 투자할만한, 활력이 있는 시장인지 의심스러워 하는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인데 국내 기업은 오죽하겠는가!

올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 FDI는 신고기준 98억7천300만 달러, 지난해 상반기보다 37.7% 줄었다. 국내외 벤처에 왕성하게 투자하는 벤처 투자자들은 "올봄 미국에서 투자자를 계속 만났는데 이들이 만난 한국 한국사람들 거의 '한국경제'가 잘 될 것" 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 너 같으면 외국인이 투자를 하겠느냐"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매출 1천억대 규모로 사업하는 한 외국계 석유화학기업은 최근 본사에서 내년 연구개발(R&D)예산이 삭감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연구개발비 투자를 안하는 해외지사는 사업비중도 줄어 들 가능성이 커 관련 임원들의 실망이 매우 크다"고 관계자는 전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2년간 두 자릿수로 오른 것도 힘들지만 준조세 성격의 사회 보험료율이 매년 가파르게 올라 앞이 깜깜하다" 라고 덧붙인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순위가 하락한 원인에 대해 정부가 조사 방식 탓으로 돌려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생산성·기업환경 등 부분 순위가 '뚝' 떨어졌는데 대책회의를 하면서 설문 문항이 적절한지 따져보고 세게경제포럼 주체에 수정을 요구 하자는 황당한 주장만 내세우고 있다. 원인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찾기보다는 평가점수 자체에 매달리는 정부정책 입안자들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형태이다.

10월30일 정부는 기획재정부 주재로 민관 합동 국가 경쟁력정책협의회를 열고 최근 공개된 세계경제포럼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와 대응 방안을 논의한 내용들이다. 정책협의회 직후 기재부 관계자는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설문 항목이 우리 강점에 맞게 설계 돼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WEF에 의견을 개진 해 볼 수 있다는 애기가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12개부처 차관과 민간위원 11명이 국가경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결과의 의견이다. 이런 성향을 가진 자 들에게서 나온 대한민국 경제 정책안들이 과연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경제 정책인지 씁쓸 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정신승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16일 "고용상황이 양과 질 모두에게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유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업자 수 이면에 노인일자리처럼 나랏돈으로 만든 단기, 단순, 저임금 일자리가 있다는 점은 못본 체 한것일까?

왜곡된 통계가 아니라 이게 현정부의 진짜 경제정책 성적표다. 정권 반을 돌아가는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100년기업 등 다른 많은 대기업·중소기업들이 국내시장을 떠나는 이유와 세계경제포럼이 제시한 국가 경쟁력의 내용과 투자자들이 보내온 숫자들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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