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사설> 급기야 '한지붕 세총장' 사태를 자초한 조선대

입력 2019.11.03. 18:07 수정 2019.11.03. 20:25 댓글 0개
사설 현안이슈에 대한 논평

수개월째 학내 갈등을 빚고 있는 조선대가 불확실성과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조선대는 지난달 1일 민영돈 의학과 교수를 새로운 총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법원이 "강동완 전 총장 해임에 대한 교육부의 결정 때까지 총장임명을 중지하라"고 판결하면서 현 이대용 총장직무 대리까지 '한지붕 세총장'사태를 맞게 됐다.

법원 결정으로 조선대는 새 총장을 맞아 심기일전해 보려던 계획이 모두 일그러지고 말았다. 교육부의 소청심사까지 강 전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 민영돈 총장선거는 원인 무효가 되고 만다. 그렇게 될 경우 조선대 이사회는 하나 마나한 선거를 억지로 강행해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한편의 코미디나 다름없는 초유의 '한지붕 세총장'이 최초 민립대학 조선대에서 실제 일어난 것은 조선대 역사의 또하나 치욕이다. 주인 없는 대학의 밥그릇 싸움에 시민사회의 걱정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태다. 교육부 자율개선대학 탈락에 이어 수개월째 선장 없는 대학 운영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온 터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 임명권을 쥐고 있는 조선대 이사회가 균형추를 잡아야 하지만 오는 12월말까지 임기를 감안하면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거듭 강조하지만 위기의 조선대를 구하는 길은 원칙을 세워 대응하는 길이다. 현실성 없는 말장난을 일삼으며 서로 상처만 내는 백가쟁명식 투쟁은 대학 구성원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대학을 구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구성원 서로의 양보가 필요하다. 강 전 총장도 법적 대응을 자제하고 공정한 선거를 이끌 '공익형 이사회'를 꾸려 새롭게 총장을 뽑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지금 같은 한사람의 희생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다가는 모두가 망하는 길임을 이제까지 모습이 잘 보여준다.

사분오열의 조선대 구성원은 어느 길이 대학을 구하는 길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자리싸움에 골몰하다가는 진짜 모두 망한다. 대학을 위해서라면 총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 자리가 그렇게 중요한가. 대학의 지성을 기대하는 시민들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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