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호남 거버넌스는 고장 났는가?

입력 2019.11.03. 12:49 수정 2019.11.03. 13:52 댓글 0개
윤성석 아침시평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前 참여자치21 대표

올해 '아침시평' 지면을 통해 필자는 호남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를 몇 개 골라 공적 논쟁화를 시도하였다. 즉 문재인, 영웅(박기순열사), 광주형 일자리, 비핵화, 세월호, 영호남화합, 국제수영대회, 한일관계, 조국사태 등의 굵직굵직한 국내외적 사건이 호남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고 이득을 주는지 독자들과 대화의 장을 열고 싶었다. 여기에는 나름 '의도'와 '책략'이 숨어있다.

글을 읽은 호남인들에게 필자의 교육철학을 은밀하게 전달하여 멀지않은 미래에는 필자가 기대하는 호남정체성이 구축되기를 은근히 바랐던 것이다. 불가능한 욕심은 아니다. 필자가 전남대에서 개설한 '국제사회의 이해' 과목에서는 학생들에게 '국제사회-국가-나'라는 삼각구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졸업 후에 성공적인 삶이 보장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깥에서 안으로' 흐르는 이 삼각체제를 호남정체성 구축에 활용해보면 어떨지 독자들의 의견을 구해본다. 바로 '국내외 압력-호남거버넌스-호남인'이라는 인식틀이 호남정체성 구현의 첫걸음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호남지역을 에워싸고 있는 국내외적 압력과 자극은 날마다 새로운 색깔로 호남인들에게 다가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여파가 호남경제에 주는 마이너스 영향이나 조국사태가 호남의 정치의식의 양극화에 끼치는 해악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외연적 압력은 21세기의 거대한 글로벌 현상인 세계화, 민주화, 정보화가 상호 융합하여 잉태한 시대적 소산이기에 호남지역에 끊임없이 투입되는 환경적 요인이자 맥락이다.

한국에서 지방자치가 시행된 이후 각 지역단위마다 모든 외연적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역 거버넌스가 작동하고있다. 이는 지방정부와 다양한 비정부 행위자로 구성된 정책결정 조직체로서 지역민의 행복과 안전을 책임지는 일차적 공적 장치인 것이다.

특히 지방정부의 역할은 호남 거버넌스 효율성의 7-8할을 차지하고 있다. 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을 필두로 지방정부의 모든 공무원들이 호남 거버넌스를 통과하는 각종 압박과 자극에 적극적인 행정과 외교로 임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반대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사익추구 등의 엉뚱한 행위에 몰두하고 있다면 호남 거버넌스의 산출은 어떻게 될까?

불공정과 반칙행위 그리고 파행적인 권력행사가 만연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거버넌스 안팎에서 시민의 참여와 견제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 이를 차단하고 자신의 선거 공학적 계산법에 따라 산하기관의 인선이나 주요 정책에서 여론을 내친다면 호남 거버넌스는 고장이 난 것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광주광역시 이용섭 시장은 호남 거버넌스가 각고의 노력으로 성사시켜놓은 '광주형 일자리'기업의 대표이사에 적폐세력으로 회자되고 있는 박광태씨를 선임하여 시민사회와 정당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다른 시청 산하기관장 선임에서도 신선한 피를 수혈하기 보다는 옛날 인연에 연연하여 행여나 호남 거버넌스가 노인정치체제(gerontocracy)로 고착되지나 않을지 지역민의 고심이 날로 커가고 있다.

재선만을 염두에 둔 단체장의 독선적인 시정운영은 호남 거버넌스의 고장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자 각종 정책실패와 갈등을 낳고 있지만, 다행스럽게 거버넌스는 자율적인 치유매커니즘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문화가 지역 거버넌스의 정신적 토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518 정신이 호남 거버넌스에 살아있는 한 정치인들의 반호남적 행위는 절대로 오래 가질 못한다.

복합 중층구조인 호남 거버넌스에는 대표적인 교육기관이나 기업, 미디어, 그리고 사회단체 등의 비정부 행위자가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런데 만일 민간영역에서 다른 행위자들의 수평적 관여와 참여가 배제된 채로 운영되어 지역의 대표적인 민간기관이 심각한 파행을 겪고 있다면, 호남 거버넌스는 역시 고장이 난 것이다. 근래 조선대학교 사태는 고장 난 거버넌스로 인해 발생한 인재이다.

조선대가 한국의 대학민주화를 선도했던 위대한 역사성을 되살리고 국내유일 민립대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호남 거버넌스의 급수선 시나리오가 첫 걸음일 것이다. 앞으로 독자들은 어떤 복잡한 의제가 생길 때마다 호남 거버넌스 동학에 응용해보길 권한다. 내년에는 공히 정부 및 비정부영역에서 거버넌스를 재정비하여 호남이 한국사회를 이끌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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