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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코세페, 그게 뭐죠"···올해도 시큰둥 코리아세일페스타

입력 2019.11.01. 14:02 댓글 0개
한국판 블프 '코세페' 1일 막 열어
명동서 만난 시민 대부분 "모른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참여업체 직원들이 10월31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개막 행사를 마치고 홍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2019.10.31.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못 들어봐요. 기사 보다가 오늘부터 백화점에서 세일 많이 한다고 해서 겨울 옷 하나 사입을까 해서 나왔어요."

주부 김미진(49)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를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김씨는 백화점이 1일부터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겨울에 사려고 했던 코트도 사고 구경도 할 겸 들렀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세일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1일 코세페가 막을 열었다. 코세페는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마지막 금요일에 열리는 대규모 쇼핑 행사)를 본따 만든 이벤트다. 초기에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 세일'로 불리던 걸 2017년부터 단일 명칭으로 통합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로 부르고 있다. 한 마디로 내수 진작 효과를 보기 위한 쇼핑·관광 행사다. 올해 코세페에는 국내외 600여개 유통·제조·서비스업체가 참여한다.

이날 명동에서 만난 시민 대부분은 코세페를 몰랐다. 안다고 답한 이들도 이름 정도만 들어봤지 정확히 뭘 하는 행사인지는 알지 못 한다고 했다. 직장인 정현철(30)씨는 "평소 인터넷 쇼핑을 주로 하고 장도 보니까 11월에 할인 행사 있다는 얘긴 들었어요. 그런데 그게 코세페와 무슨 관계가 있냐"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성윤모(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19 코리아세일페스타 개막 행사가 열린 10월3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헬스&뷰티 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2019.10.31.photo@newsis.com

코세페는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 하에 탄생한 행사이고, 그간 진행도 정부가 맡아왔다. 다만 올해부터는 민간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최대한 정부 손을 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관제 행사' '억지 세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명동 한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한모(26)씨는 "여기서 일하니까 당연히 들어는 봤다"면서도 "아직 첫 날이라서 모르긴 하지만 작년이나 재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특별한 매출 증대 효과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날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신세계그룹이 계열사를 총동원한 할인 행사인 '대한민국 쓱데이', e커머스 업체들의 대규로 할인 행사 이름인 '블랙위메프데이' '티몬111111'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10위권에 간신히 이름을 걸쳤다.

실제로 유통업체들도 코세페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쓱데이' '블랙 페스타' '블랙위메프데이' '티몬111111' '스마일데이' 등 각기 다른 제목의 행사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맞고 있다. 행사 기간도 제각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 행사라는 게 정부에서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11월에 유통업계 행사가 많은 건 업계 스스로 중국 광군제(光棍節)나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jb@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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