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방탄소년단, '러브유어셀프'의 마법···"자신을 사랑하게 됐다"
입력 2019.10.29. 21:23 댓글 0개앨범·월드투어, 촘촘한 세계관으로 구성
이론·실전·실천으로 이어지며 위로·용기 안겨
'스타디움 공연형 아티스트'로 자리매김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축제는 끝났지만 삶은 다시 시작
결국 눈시울 붉힌 RM " 우리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함께 했으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꼭 1년2개월 만에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다시 마주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일곱 멤버들을 톺아보면서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겼다.
이건 무슨 마법인가. 29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 더 파이널'은 함께 한 이들의 자존감을 높였다. 공연의 완성도, 멤버들과 팬덤 '아미'들이 빚어낸 교감을 통해서다.
이번 투어를 시작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투어를 다시 마무리하는 것을 두고 방탄소년단 멤버 뷔는 수미상관이라고 표현했다. 주로 문학에서 첫 번째 연이나 행을 마지막에 다시 반복하는 것을 수미상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수미상관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다. 1년2개월 전에 이곳에 있었던 나와 지금 이곳에 있는 나는 같은 나지만 실상은 다르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됐고(러브 유어셀프),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스피크 유어셀프) 됐다.
방탄소년단이 이런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까닭은 앨범, 투어의 세계관이 촘촘히 짜여 있는 까닭이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는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방탄소년단식 앨범 화법으로 담아낸 '이론' 편이다.
지난해 8월 25, 26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포문을 연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는 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자리다. 방탄소년단만의 무대 어법으로 이를 구현해내는 '실전' 편이다.
이 투어는 도중에 새 에디션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지난 5월부터 '러브유어셀프'의 연장선상으로 돈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가 그것이다.
스타디움 월드투어는 3만명 이상 수용하는 공연장을 순회하는 것으로 팬덤과 히트곡 수, 공연 역량 등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재작년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 등이 스타디움에서 투어한다.
이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는 실천으로 명명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을 통해 수많은 인파가 하나로 뭉쳐 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서로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행위인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와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를 합쳐 총 62회가 펼쳐지는 동안 세계에서 206만2000명이 감화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런 감화가 화룡점정한 것이 이번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 – 파이널'이다. 러시아에서 이번 콘서트를 보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는 바르바라(14)에게 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지 묻자 "그들은 제게 사랑, 믿음 그리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목소리를 줬다"고 했다.
파이널 중에서도 마지막 공연인 이날 객석에는 사랑, 믿음, 용기 그리고 4만4000명의 목소리가 백화제방했다.
올림픽주경기장은 천장이 없는 대형 스타디움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기온이 10도 밑으로 떨어진 쌀쌀한 날씨를 잊게 할 정도의 강렬한 '디오니소스'와 '낫 투데이'로 시작했다.
정국은 "오늘 콘서트를 위해서 이를 갈았다. 죽기 살기로 해보겠다"고 말했다. 슈가 역시 “남김없이 불태우고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객석의 열기를 들끓게 했다.
이날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은 방탄소년단이 이제 명실상부 '스타디움 아티스트'로 거듭났음을 공표한 자리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은 2014년 1500석 규모의 예스24 라이브홀을 시작으로 지난 2017년 말까지 올림픽홀(3000석), 핸드볼경기장(5000석), 체조경기장(1만 석), 고척돔(2만 석)을 순차적으로 거쳤다.
그리고 작년 마침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꿈의 무대'로 통하는 올림픽주경기장에 입성했다. 조용필, 이문세, 서태지, HOT 등 톱 가수들만 공연해온 장소다.
지난 2017년 9월 서태지 25주년 기념 공연에 게스트로 이 무대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은 온전히 이 넓은 공연장을 아무렇지 않게 꽉 채우는 팀이 됐다.
이번 '러브 유어셀프' 투어를 도는 동안 방탄소년단은 세계의 대형 공연장을 경험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미국에서 연 첫 스타디움 공연인 뉴욕 시티필드 무대를 시작으로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로즈볼 스타디움 등에 올랐다.
특히 지난 6월 한국 가수 최초로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며 K팝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웸블리 스타디움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톱 뮤지션만이 오를 수 있는 무대다.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가 열렸고 퀸, 마이클 잭슨, 엘턴 존, U2, 오아시스, 비욘세, 마돈나, 콜드플레이 등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이런 공연장을 경험한 방탄소년단은 첫 올림픽주경기장 공연 때보다 능수능란한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
일곱 멤버들은 솔로로도 올림픽주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제이홉 '트리비아 기(起) : 저스트 댄스', 정국 '유포리아', 지민 '세렌디피티', RM '트리비아 승(承) : 러브', 뷔 '싱귤래리티', 슈가 '트리비아 전(轉) : 시소', 진 '이피파니' 등은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멤버들의 각자 개성을 살리며 공연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 대장정의 종착지는 결국 환희였다. 방탄소년단과 아미들은 고민과 방황 끝에 결국 '자기 사랑'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자기 목소리를 내며 축제의 피날레를 함께 장식했다.
이날 공연 전체는, 마치 삶의 찬가처럼 들렸다. 마지막곡은 빛들이 더 가득한 공연장에서 울려퍼진 '소우주'. 방탄소년단과 4만4000 아미들은 "우린 우리대로 빛나 / 우리 그 자체로 빛나"라며 연대했다. '방탄이란 은하수에 아미란 별들을 심다'라는 이날 주요 플래카드의 문구에 적확하게 가닿았다. 파도를 타는 아미밤(방탄소년단 응원봉)이 은하수처럼 물결을 쳤다.
구로구에 사는 30대 회사원 정혜영 씨는 "그동안 표현하는 것을 어색하게 여겼고, 행동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는데 아미가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공연장 안뿐 아니라 바깥 열기도 뜨거웠다. 이번 콘서트에 당첨되지 못한 아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응원전을 펼쳤다. 낮에는 이날 공연을 지켜보러 온 빅히트 대표인 방시혁 프로듀서가 언론, 팬들의 카메라에 포착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달구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26, 27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파이널 공연을 열어오는 동안 잠실벌은 '방탄소년단 월드'와 같았다. 강남역 인근에 방탄소년단 팝업스토어 '하우스 오브 BTS'가 개설돼 인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등 서울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축제는 끝났지만 삶은 다시 시작이다. 일상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들이 모여, 큰 기쁨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그렇게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인생은 다시 플레이버튼이 눌려진다. 여정이 끝나는 이유는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니까. 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이론, 실전, 실천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막바지 RM은 결국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래서 '너를 사랑하냐'고 제게 물으면 아직 잘 몰라요. 그런데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는 끝나지만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는 방법의 길을 찾아가는 여정은 끝나지 않으니까손잡고 우리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함께 했으면 합니다."
realpaper7@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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