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수학여행

입력 2019.10.29. 18:35 수정 2019.10.29. 18:35 댓글 0개
최민석의 무등칼럼 무등일보 문화스포츠에디터

학창시절 하면 떠오르는 추억 중 하나는 '수학여행'이다. 누구나 답답하고 삭막한 교실을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는 생각을 하노라면 전날 벅찬 가슴으로 잠을 설쳤던 기억쯤은 가지고 있을 듯 싶다.

넉넉치 않은 경제사정에 변변한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학생들에게 수학여행은 학교별로 두달에 한번꼴로 있었던 영화관람과 함께 최고의 체험학습이자 탈출구라 할만 했다.

1980~90년대 중·고교 학생들의 수학여행 단골 코스는 주로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였다. 관광버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고 역사와 문화, 관광을 겸비한 코스로 경주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경주가 신라의 수도로 천년고도라는 상징성을 간직한데다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유적이 남아 있는 점도 작용했다.

90년대 이후 경제가 호황을 이루면서 학생들의 수학여행지는 제주도는 물론 일본 등 해외로 다양화됐다. 수학여행은 대개 2박3일 코스로 학생들에게 학창시절의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 콘텐츠였다.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광주지역 초·중·고교생 1천88명을 대상으로 '북한 수학여행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양을 가장 방문하고 싶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은 2곳을 선택토록 한 질문에 전체 82.2%인 894명이 평양을 꼽았다. 다음으로 백두산(707명, 65.0%), 금강산(258명, 23.7%), 개성(186명, 17.1%), 신의주(64명, 5.9%) 순이었다.

반면 북한 학생들이 광주로 수학여행을 온다면 소개하고 싶은 장소(2가지 선택)로는 5·18 국립묘지가 50.7%로 가장 많았고 놀이공원인 패밀리랜드(41.6%), 국립 아시아문화전당(41.4%), 무등산(34.0%), 비엔날레(20.0%) 순으로 나타났다.

광주 학생들이 '평양'을 가고 싶은 북한 수학여행지로 선택한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중심도시라는 점과 역사적으로 봐도 고조선과 고구려의 수도로 정서적 친숙함에서 기인한 측면도 크다.

학생들은 통일 준비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문화적 차이와 통일 방법에 대한 합의, 평화체제 구축 등을 꼽았다.

하루 빨리 광주와 평양으로 수학여행을 오고 가는 남북학생들의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민석 사회부부장 cms20@srb.co.kr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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