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광주·전남형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지역색' 살려라"

입력 2019.10.29. 18:19 수정 2019.10.29. 20:36 댓글 1개
광주·전남형 도시재생 뉴딜 구도심 미래로 만들자<12·끝>에필로그
주민 설득·예산부족 등으로 어려움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생존 결정
"지역특성 감안해 자율성 보장해야"
지원 종료 후 지속 방안 고민 필요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는 14년의 주민 설득작업과 도시공간의 복합적 이용으로 세계적인 도시재생 모델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5년 동안 500개의 사업에 총 50조의 자금을 투입하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500여 개의 지역이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고, 지역공동체가 주도하고 혁신하는 도시가 탄생한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2017년 68곳을 시작으로 2018년 99곳, 2019년 98곳 등 총 256곳에서 뉴딜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주·전남의 경우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로 선정된 총 25곳에서 구도심 활성화 등을 위한 다양한 도시재생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각 사업지들은 도시재생 뉴딜현장지원센터를 개소한 뒤 지역 특성을 감안한 사업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펭귄마을을 품고 있는 광주 남구 양림동은 오는 2021년 근대역사문화와 관광이 함께 하는 살고 싶은 마을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청년창작소와 주민어울림센터, 문화교류센터 등 3개 앵커시설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지들은 주민 설득 작업이 늦어지고 예산 부족 등으로 도시재생 뉴딜현장지원센터를 만들었을 뿐, 구체적인 사업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공통의 애로사항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3년 차를 맞으면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나오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기존의 대규모 국책사업과 달리 사업 대상지가 사람들이 현재 살고 있는 도심지이기 때문에 각종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갈등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또 도시재생 뉴딜사업지에 선정된 지자체들은 매칭 예산 확보와 사업 추진을 위한 인력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지역 A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추진할 도시재생지원센터 인력을 뽑아야 하는데,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와 같은 곳에서는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B지자체 관계자는 "기존에 선정된 사업지가 많거나 재정 상황이 열악한 기초지자체들은 매칭 예산 마련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밝혔다.

도시재생사업이 국가균형발전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보다 지방이 많이 선정된다. 하지만 이들은 재정상황이 열악해 몇곳의 사업을 함께 추진하는데 부담이 큰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은권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뉴딜사업의 평균 예산 집행률이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지자체 관계자는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과 차별성을 찾기기 쉽지 않다"면서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은 청년을 위한 공간 마련과 관광객 유치 말고는 별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펭귄마을을 품고 있는 광주 남구 양림동이 근대역사문화와 관광이 함께 하는 살고 싶은 마을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장기 성장 위한 과제는

광주·전남지역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의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있다.

다른 사업지와의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 방안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지는 기본적으로 '낙후된 공간'을 새로운 삶과 일자리 공간으로 바꾸는데 목적이 있다. 이러다 보니 구체적인 사업들이 대부분 엇비슷하다.

건물 등 하드웨어는 같지만, 속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에서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림동이 근대역문화자원과 관광자원인 펭귄마을 등을 연계·활용하는 것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은 주민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참여를 통해 실행하는 사업이지만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지역마다 똑같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역 특성에 맞게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사업 선택과 예산 집행 등에서 자율성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전문가들은 "뉴딜사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는냐는 주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며 "주민 역량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뉴딜사업 마무리 이후 주민 중심의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배울점은

세계적인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꼽히는 일본 도쿄 롯본기힐스는 400여 토지주 마음을 사로잡는데 14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개발로 인한 역사적 토지의 파괴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사업 주체인 모리빌딩은 비록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주민 한 명 한명을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작업이다.

롯본기힐스는 또 도시 공간의 복합적·입체적 이용을 통해 낡고 생기를 잃은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재생을 성공시킨 작품이다. 일정 공간에 모든 시설을 집적화시켜 도시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선택해 성공했다.

이에 도시재생 뉴딜사업 추진 시 여러 곳에 관련 시설을 분산배치하는 것보다 한 곳에 집적화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

도시재생 전문가는 "사업 시행 3년에 접어든 만큼 활성화에 싹이 보이는 곳에는 추가 지원하는 방식 등 구조적 전환을 고민할 때"라며 "양적인 면에만 초점을 두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제 활성화가 이뤄지도록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한 지역이 낙후되고 쇠퇴하는 이유는 굉장히 복잡하고 구조적이다. 수년간 수백억원을 지원한다 해도 다시 도시가 활기를 찾고, 이를 통해 지역의 운명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며 "민간 스스로의 활력이 살아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지재생 전문가들은 "정부는 기한을 정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기간에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도시를 재생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업 종료로 공공지원이 중단된 이후 주민들이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 시설들을 유지·관리할 지, 어떻게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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