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고려인 광주진료소

입력 2019.10.24. 15:10 수정 2019.10.24. 15:56 댓글 0개
양동호의 건강칼럼 광주시의사회대의원의장

지난 15일 광주광역시의사회가 주최하는 고려인 광주진료소를 후원하기 위한 희망나눔 자선음악회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열렸다. 500석의 좌석이 거의 매진 속에 의료인뿐만 아니라 문화, 정치인들과 많은 시민들이 함께해 격렬한 환호와 호응 속에 2시간 30분 동안의 공연이 이어졌다. 고려인어린이 합창단의 노래에 이어 민중가수들의 노래와 함께 성악과 락 그룹의 공연, 고려인 밴드도 출연하고 마지막에는 해바라기의 공연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흥겨운 시간이었다.

광주광역시의사회는 이날 자선 음악회를 통해 모금된 1천만 원을 지난 20일 제28회 광주의사의 날 행사에서 이천영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이사장과 박병순 고려인을 사랑하는 의사회 대표에게 전달했다.

흔히 '카레이스키'로 알려진 고려인은 구소련 지역에 거주하던 한민족들이 스스로를 '꼬레사람'이라고 부르는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최근엔 중국의 조선족과 비교해 '고려인'이라고 호칭하는 데서 명칭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고려인은 일제강점기 조국독립을 위해 싸우다 일제의 총칼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한 우리의 형제들이었다. 하지만 1937년 구소련의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후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이어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되자 그 후손인 고려인 동포들이 또다시 소수 민족으로서의 압박과 설움을 피해 선조들의 고향인 대한민국으로 부푼 꿈을 안고 이주해 온 것이다. 현재 경기도 안산시 뗏곡마을에 약 7천여명의 고려인이 거주하고 있고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6천 여명이 거주하며 국내 유일의 마을공동체 '고려인마을' 로 발전했다.

하지만 고려인 동포들은 우리나라에서 정식 국민으로 대접 받지 못하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취업도 제한될 뿐 아니라 특히 건강보험 가입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광주 아이퍼스트 아동병원을 운영하던 전성현 원장이 2009년부터 자신의 병원으로 고려인 아동들을 불러 무료진료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날이 늘어만 가는 아동들과 성인 환자들을 보다 못한 전성현 원장이 고려인마을을 방문, 무료진료소 설립을 추진하게 되었고 마침내 지난해 3월 전 원장의 제안과 광주시의사회의 지원으로 고려인광주진료소가 개소하게 된 것이다.

그 후 광주시의사회 회원들의 참여가 점차 늘어나 현재 약 30여명의 회원들이 순번을 정해 매주 화요일 오후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고려인광주진료소를 찾아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려인광주진료소가 진료한 환자 수는 3천700여명에 달하고, 중환자일 경우 회원병원에 의뢰해 무료수술을 지원한 건 수 도 10여건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인광주진료소는 아직도 의료장비를 비롯해 의약품, 산부인과 진료실과 여타 물품 등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필자도 몇 달 전 의사회 임원들과 함께 가서 진료를 했었는데 고려인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따뜻한 동포애를 느끼는 것을 보고 열악한 진료환경 개선하고 고려인 광주진료소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성금을 모아 진료소를 후원하기 위해 이번에 음악회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광주광역시의사회는 고려인동포들이 조국의 품에서 하루 속히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계속 하려고 한다. 독자 분들께도 앞으로 우리의 동포인 고려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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